권위
權威
〔라〕auctoritas · 〔영〕auth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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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을 내포한 권위에 의한 질서는 자율적이다.
어떤 사회적 존재가 다른 타자에 비해 우월적 가치를 소유한 자임이 사회적으로 승인되어 타자의 행위를 좌우 할 수 있는 능력. 권력과 달리 오로지 가치상의 상하 관 계에서만 작용하므로 권위에 의한 통일 · 질서는 자율적 이고 내면적이다. 권력이 조직을 매개로 통용되는 강제 성 · 합목적성을 뚜렷이 갖는 데 비해 권위는 자발적 합 의를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상에서 권 위는 여러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권위주의적' 이라고 할 때는 권위 수용자들의 자발적 합의를 얻지 못한 권위 주체가 권위의 상실이나 변화를 두려워하여 자신의 권위 를 배타적으로 행사하려는 부정적인 의미이다. '권위자' 라고 할 때는 어떤 방면에 대해 정통하고 전문적인 능력 을 가지고 있다는 긍적적인 의미이다. 또한 '권위 있는 소식통' 이라고 할 때는 행정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정부 당국자를 가리킨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는 권위를 이런 보수성, 전문적 능력 또는 행정 당국을 가리키는 말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크게 사회 · 정치적인 것과 교회 내적 인 것의 두 가지 뜻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공동체의 "각 사람이 제 의견만 고집함으로써 파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권위가 필요하다" (사목 74항)라고 할 때는 전 자,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유권적 해석의 임무는 교도 권에만 맡겨져 있다"(계시 10항)라고 할 때는 후자의 뜻 으로 쓰는 것이다. 〔교회와 권위〕 가톨릭 교회가 권위를 갖는 것은 하느 님이 당신의 말씀과 하느님의 백성을 교회에 맡겼기 때 문이다. 하느님이 말씀을 교회에 맡겼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선포하신 복음이 사도들의 설교, 모 범, 교훈을 통해 성전(聖傳)으로 전해졌고 이 성전이 성 령의 도우심으로 교회 안에서 발전"하도록 하였다는 뜻 이다(계시 7항). 그리고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교회에 맡 겼다는 것은 교회가 천국의 싹으로 서서히 자라면서 천 국의 완성을 갈망하는 백성들의 모임이 되기를 원하였다 는 뜻이다(교회 5항). 그러므로 교회의 권위는 하느님의 말씀 · 복음 · 성전의 계승 · 해석 선포 · 증거하는 종말 론적인 신앙의 사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권위는 신앙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아울러 권위는 하느님 나라라는 종말적, 구원론적 사건의 증거자인 교 회가 자신의 신앙을 실천, 봉사할 때 필수적인 것으로 하 느님께 근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유권적 해석의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 름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교회의 살아 있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다' 고 이해한다. 한편 교회의 권위는 하느님의 영광, 인간 구원을 위한 봉사에 목적이 있으므로 교회는 자신의 교도권도 "하느님의 말씀보다 높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봉사하고 전해진 것만을 가르치며 그것 을 경건히 듣고 거룩히 보존하며 성실히 진술" (계시 10 항)해야 함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하느님이 당신의 말 씀과 하느님의 백성을 교회에 맡겼다는 사실은 신앙이 교회성을 띠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교회가 권위를 갖는 이유가 바로 이 신앙의 교회성에 있다. 신앙이 교회성을 지녔다는 말은 두가지 뜻을 내포 한다. 한 가지는 신앙이 본질적으로 공동체성을 띤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도 다른 인간적인 믿 음과 같이 어느 정도의 제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자의 의미만을 강조하면 개별 교회만을 앞세우거나 지 역주의 등의 편협한 공동체주의의 오류에 빠지게 되고 결국 교회의 일치와 단일성이 손상받을 위험이 있다. 또 한 후자의 의미만을 강조하면 교회가 갖는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망각한 채, 편협하게 교계 제도 그 자체만을 교회 로 볼 위험이 있다. 그래서 교회 권위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곧 공동체적 실천과 삶을 잊지 않는 것이 교 회 공동체의 기본적 사명이다. 이를 위해 공동체 구성원 들이 신앙의 삶을 살 것을 지도 배려 · 지원하여 나아가 서 보편과 일치의 교회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할 권위가 있 어야 하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 같은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때 그 권위를 '교도권' 이라고 부른다. 교도권은 일차적으로 신앙의 진리를 전달하고 연구 · 설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교리 문제에 있어서 일반 신자들 보다 큰 권위를 행사한다. 교도권은 특별히 신앙의 진리 를 위해 전문 지식과 식견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 이다. 나아가 교도권은 교리 전반을 위시한 그리스도교 의 모든 계시 내용뿐 아니라 신앙과 윤리에 직 · 간접으 로 관련되는 모든 진리들도 통괄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 와 과학 기술의 발전 등으로 신앙과 윤리 문제가 심각하 게 위협받는 현대에 들어 교리와 관련된 평상시의 교도 권뿐만 아니라 특별한 문제와 관심사에 대한 교도권의 행사가 요구되기도 한다. 낙태나 안락사 등의 문제가 그 예이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신앙의 교회성은 교회의 제 도화가 필수적임을 보여 준다. 교회의 제도는 효율성을 생명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의 제도와 다르다. 교회 제도는 전통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전통적인 제도들은 수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형성되었고 신앙과 복음의 빛에 비추어 만들어진 것으로 그 제도의 정신과 원칙은 오늘 날에도 옳다. 그럼에도 모든 교회 제도가 오늘날의 상황 에 완전히 적합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제도는 그 존 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교회의 임무에 봉사하는 것이 기에 교회는 항상 제도가 가질 수 있는 경직성과 불합리 성, 비효율성을 고려하여 전통적인 제도에 수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의 제도화 측면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교계 제도를 들 수 있다. 교계 제도는 교회 내의 여타 다른 제 도들과 동등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교계 제도는 가톨릭 교회의 교도권, 사목권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가 톨릭 교회의 일치와 통일을 유지해 온 권위의 산실로서 교회의 가장 큰 제도적 특징이다. 교회가 종말론적 · 구 원론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행사하는 권위는 교계 제 도로 구체화되어 있다. 교계 제도는 교황의 수위권(首位 權)과 주교의 성성(聖性)에 기반한다. 주교직과 교황직 이 설정된 것은 그리스도께서 성 베드로를 다른 사도들 위에 두고 그 안에 신앙의 일치와 상호 교류의 볼 수 있 는 원리와 기초를 마련하였고,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들이 세말까지 목자로서 교회 안에 있기를 원하셨기" 때 문이다(교회 18항) . 이처럼 교황과 주교들은 베드로와 다 른 사도들을 계승한 것이기 때문에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전 교회의 목자로서 교회에 대하여 직책상으로 완전한 최상 전권을 가지며 언제나 자유로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주교들은 교도권과 사목 행정권에 있어 서 사도단을 계승할 뿐 아니라, 교황과 더불어 세계 교회 에 대하여 완전한 최고 권한의 주체이다"(교회 22항). "교 황이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리를 결정적으로 선포할 때 교황이 개인 자격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교회 자체의 무류의 은사를 특별히 지니고 있는 세계 교회의 최고 스승으로서 가톨릭 신앙의 교리를 설명하고 옹호하 기 때문에 교황은 직무상의 무류성을 향유한다." 이러한 무류성은 주교단 안에도 존재한다. 주교들 개인은 무류 성의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공의회에 모여서 가르치고 판단할 때, 베드로의 후계자로 일치하 여 신앙과 도덕에 관한 사정을 유권적으로 가르칠 때에" 주교들의 가르침도 무류성을 띤다(교회 25항). 교회의 교 도권에 대한 순종은 교도권에 의해 제시된 교리가 무류 적인 진리냐 아니냐에 따라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여기 서 중요한 것은 교도권의 가르침이 신적(神的) 도우심에 의한 것이기에 개인적인 신학에서 나오는 이론을 초월하 는 효력을 지닌다는 것을 인정하는 원칙이다. 한편 칼 라너는 "교회는 교도권이 발표하는 비결정적, 비무류적 교리에 대한 순종의 일반적 의무도 절대적 순 종을 요구하는 것처럼 또는 어떤 신자도 순종하지 않으 면 안되는 것처럼 가르치지는 말아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는 계속해서 "신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교회는 어느 정도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신앙 의 결정으로서가 아니고 그때그때 어떤 의무를 부과하는 교리적 훈령을 내려 주어야 한다. 이것은 교회가 당해야 할 하나의 모험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교회가 날로 새 로워지는 인간 생활의 결정적 현실에 대처하여 신앙의 진리를 해석하고 설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페 쉬케). 따라서 교회의 교도권은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확 실하고 변경할 수 없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들 에 대해서도 지도와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받는다. 교도 권의 가르침에 대한 순종에서 중요한 것은 앞서 지적했 다시피 교도권의 결정이 어떤 신학자들의 개인적 의견보 다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개연성을 지니고 있 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대인들과 권위〕 현대인들은 권위라는 말을 들을 때 자유의 제한이나 손상, 전체주의적 지배, 변화를 두려워 하는 권력의 보수성 등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것 은 절대 왕권 국가의 무한 권력 · 권위에 저항했던 근대 시민 사회의 시민 정신의 연장이요, 현대에 들면서 파시 즘과 공산주의가 자행한 전체주의에 대한 혐오의 산물이 다. 그리고 저개발 국가, 후진국에서 자행된 독재 정권에 대한 거부감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 한 것은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국가 권력이나 성직자 · 양반 귀족 · 유지 등 전통 사회의 권위 주체가 독점하였 던 권위를 자본가가 분점하게 되고 더 나아가 현대 자본 주의 사회에 들어서는 문화 예술인 · 전문 기술인 등이 권위를 분점, 그야말로 권위의 다원화 사회가 도래한 때 문이다. 이러한 권위의 다양화, 다원화 사회에서 현대인 들은 자신이 스스로 경험을 통해 확인한 권위가 아니면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현대인들은 권위를 지배하는 힘 으로 보지 않고 그 존재로 인하여 어떤 유익을 획득할 수 있게끔 하는 존재 또는 힘으로 이해한다. 이 유익도 경제 적 이익만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향유나 인간 관 계의 확장 등 다분히 복합적인 면을 띤다. 따라서 권위 주체와 그에 반응하는 자의 의사 소통은 권위가 부여하 는 절대적인 명령권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위 주체가 그 반응자에게 얼마만큼의 신뢰를 받느냐가 결정적이고 그 신뢰의 여부와 정도는 앞서 지적한 권위 에 반응하는 자가 취하는 유익의 정도,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즉 현대인들은 권위 존재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권 위의 역할, 기능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이 러한 권위 이해를 모든 면에서 실용주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권위의 수용 이면에는 관계성과 의 미를 묻는 가치 중심적이고 의미 중심적인 태도도 있다. 현대 사회는 권위 주체와 그 복종자 간에 봉건 사회의 신분과 같은 확연한 구분이 없다. 권위자와 복종자의 구 분은 그 기능적인 면에서 드러날 뿐 신분이나 계급의 차 이로 나타나지 않는다. 권위 주체는 그가 행사한 역할과 기능에 반응하는 자의 자발적인 동의와 합의를 획득함으 로써 권위 주체로 인정받는다. 한편 이러한 권위의 다원 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오히려 복종과 거부의 판단이 가져 오는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절대적 권위나 영웅의 출현, 그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등을 꿈꾸기도 한다. 이 처럼 권위의 다원화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 시에 가지고 있다. 권위에 대한 실용주의적 이해와 권위 의 환상, 맹종이 그 부정적인 일면이라면 권위에 대한 가 치 중심적, 의미 중심적 이해는 긍정적인 면이다. 이러한 권위에 대한 이해는 정치적 권위나 종교적 권위에 별 차 이 없이 적용된다. 현대인들은 정치적 권위가 있어야 하 는 이유를 그 역할과 기능에서 찾는다. 정치적 권위의 존 재에 대한 실용주의적인 이해가 깊어지면서 경제적 이득 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를 회의하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면에서 가톨릭 교회가 정치적 권위의 존재 이유를 공동선의 증진이라고 보는 것은 올바르고 이러한 가르침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한편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권위를 바라볼 때에 도 마찬가지이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일방적인 명령과 순종이라는 관계, 대화에서 보다 참되고 깊이 있는 대화 와 헌신성으로 뒷받침되는 교회의 활동을 접할 때 교회 를 신뢰하게 되고 진정한 권위로 인정하게 된다. 교회의 권위는 하느님의 말씀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함으로써 공 동체 성원들에게 그리스도교적 삶의 의미를 일깨우고 실 천할 수 있을 때 참된 권위로 인정받는다. (→ 교계 제도 ; 교도권) ※ 참고문헌 Karl H. Peschke, Christian Ethics, C. Goodliffe Neale, Alcester and Dublin, 1986(유봉준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2~3, 분도 출판사, 199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 회, 1969/ 《NCE》 2/ 민병태 외 편, 《정치학 사전》, 대장문화사, 1962/ 정인홍 외 편, 《증보 정치학 대사전》, 박영사, 1983/ 《학원 세계 대백 과 사전》, 학원출판사, 1993/ 《브리태니커 세계 대백과 사전》, 브리 태니커 · 동아일보 공동 출판, 1993. 〔裵佑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