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 알프레드 노스 Whitehead, Alfred North(1861~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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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화이트헤드.
현대 논리학의 성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으며, 20세기 많은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었던 유기체 철학으로서의 형이상학 체계를 구축한 철학자. 수학자. 〔생 애〕 화이트헤드는 1861년 2월 15일 영국 켄트 주 의 램즈게이트(Ramsgate)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영국 성공회의 고위 성직자로, 조부가 설립한 사립학교의 교장 직을 이어받아 겸하고 있었다. 이러한 교육적이며 종교적인 가정 환경은 그의 사상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부친으로부터 10세 때에 라틴어, 12세 때에 그리스어를 배웠으며, 14세 때 도싯(Dorset) 주의 사립 명문인 셔번 학교에 입학하여 라틴어와 그리스어, 고전(역사 문학), 수학 등을 배웠다. 그는 고전 중심의 배움을 통해 현대의 삶과 보다 오래된 문명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회상하였다. 19세 때에 케임브리지(Cambridge) 대학교의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에 입학하여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을 전공하였고, 1884년부 터 '사도들' (Apostles)이라는 지성인들의 토론 모임에 참여하면서 종교, 철학, 정치, 예술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화이트헤드는 1885년 트리니티 칼리지의 특별 연구 원(Fellow)이 되어 수학을 강의하기 시작하였다. 수강생 중에는 러셀(B.A.W. Russell, 1872~1970)과 케인스(J.M. Keynes, 1883~1946)가 있었다. 화이트헤드는 29세 때에 군인이자 외교관의 딸로 프랑스에서 성장하고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은 웨이드(Evelyn W. Wade)와 결혼하였다. 부인으로부터 심미적인 감성뿐만 아니라 역사 의식과 세계관 및 그 실천에서도 영향을 받은 그는 진보적이었고 영국 노동당 지지자였으며 여권(女權) 옹호자였다. 1910년에는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University College)로 자리를 옮겨 수학을 가르쳤고, 교육 개혁에도 적극적이었다. 1914년 과학 기술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 of Science and Technology) 이공학부의 응용 수학 정교수로 취임하였고, 이후 대학장, 대학 평의회 의장, 영국 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공무를 수행하였다. 1924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 철학 정교수로 초빙되어 12년간 철학을 강의하였으며, 퇴직 후 80세를 넘어서까지도 그의 철학 여정은 계속되었다. 1947년 12월 30일 86세의 나이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케임브리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주요 저술과 사상의 발전 과정은 초 기(케임브리지 대학교 시기)의 수학과 논리학으로부터 중기 (런던 시기)의 과학 철학을 거쳐 후기(하버드 대학교 시기)의 형이상학에 이르는 세 시기로 구분된다. 〔사 상〕 수학과 논리학 : 화이트헤드는 초기(1880~ 1910)에 수학과 기호 논리학 연구에 전념하였고, 수학자와 논리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처녀작 《보편대수 론》(A Treatise on Universal Algebra, 1898)은 독일의 수학 자인 그라스만(H.G. Grassman, 1809~1877)의 저서 《연장 론》(Ausdehnungslehre, 1844, 1862)과 대수학적 논리학을 창시한 영국의 수학자 불(G. Boole, 1815~1864)의 《사고 의 법칙》(Laws ofThought, 1859)에서 영향을 받아 통일적 관점에서 대수학의 체계를 재구성하고 수학의 논리적 기초를 확립하려는 작업이었다. 그는 이 저서로 1903년 왕립 협회(Royal society)의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1933 년에는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또한 제자인 러셀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동으로 저술한 《수학 원리》 (Principles of Mathematics, 3권, 1910~1913)는 대수계뿐만 아니라 수학의 전 분야를 기호 논리학 체계로 환원시킴 으로써 수학적 논리학을 성립시킨, 논리학사상 불멸의 업적으로 평가되었다. 이 저술은 논리 실증주의를 일으 키는 계기가 되었고, 그의 과학 철학을 형성하는 바탕이 되었다. 현대 수학과 논리학의 발전이 형이상학적 사유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맥락 안에 위치하는 러셀과 그 후계자들과는 달리, 화이트헤드는 20세기의 반(反)형이 상학적인 경향에 도전하였다. 그가 초기에 주장한 수학 과 수학적 논리학이 새로운 형이상학의 성립에 유력한 기반이 되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이다. 과학 철학 : 화이트헤드는 그의 연구 중기(1910~1924) 에 《자연 인식의 원리에 관한 연구》(An Enquiry Concerning the Principles ofNatural Knowledge, 1919), 《자연의 개념》(The Concept of Nature, 1920), 《상대성의 원리》(The Principles of Relativity, 1922) 등 이른바 과학 철학 3부작을 발표하였다. 《자연 인식의 원리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론 물리학의 여러 기초 개념을 형식화하고, 그때까지 암암리에 자연 과학에서 가정되어 온 근본 전제들을 밝 혀내 그 타당성 여부를 비판적으로 구명하였다. 특히 과 학의 기초 개념인 시간, 공간 및 사건의 개념을 분석하여 획득된 기본 개념을 토대로, 《자연의 개념》에서는 하나의 이론 체계를 구축한 다음 경험적 사실들을 이 체계로써 해석하는 과학적 인식의 기초 확립을 시도하였다. 《상대성의 원리》는 앞의 두 저서에서 고찰된 시공론(時 空論), 사건론, 대상론 등 과학 철학의 기초 이론을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전개하였다. 화이트헤드의 이론은 아인 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는 그 기본 전제와 이론적 구조가 판이하다. 공간과 시간은 시공(時空, spacetime) 사건들로부터의 추상화라는 것과 상이한 '시간 계열' 의 무한한 다수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견해와 일치하지만, 사건들 간의 지각적 관계들에 대한 화이트헤드의 분석에서 귀결되는 이론적 구조와 기본 개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그는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동시성(simultaneiy) 개념에는 반대하였다. 아인슈타인이 그것을 과학적 관점으로 정의하였다면, 화이트헤드는 과학에서 철학의 영역으로 지향해 가는 인식론적 관점으로 정의하였다. 화이트헤드는 자신 의 과학 철학에서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구체적 자연 이란 무엇인가? , 곧 '우리는 무엇을 통해 사물 혹은 대 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가? (여건)라는 문제를 제기하 =였고, 첫 번째 저서에서 처음 제시되어 후기 저술에까지 전개되는, '의미 관련' (意味關聯, significance) 이론으로 이 문제를 설명하였다. 이때의 "의미 관련이란 사물들의 관계성이다." 사물은 개개의 이산(離散)된 원자적인 것이 아니고 의미 관계성을 수반하는 것이며, 우리의 지각이 이 관계를 직접 의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경험론과 합리론이 규정하고 있는 경험의 개념이 지닌 오류를 비판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지양된 경험론과 후기 사변 철학적 방법으로, 화이트 헤드는 칸트(I. Kant, 1724~1804)가 시도한 종합의 단계를 더욱 진전시켜 그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경험론과 합리론 의 새로운 종합을 시도하였다. 형이상학 : 연구 후기(1924~1947)에는 《과학과 근대 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 1925), 《과정과 실 재》(Process and Reality, 1929), 《관념의 모험》(Adventures of Ideas, 1933)을 출판함으로써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형 이상학 3부작을 발표하였다. 《과학과 근대 세계》에서 그 는 수리 논리학과 과학 철학을 기반으로 형이상학적 체계의 구축을 시도하였다. 17세기 근대 과학의 형성기로 부터 현대의 상대성 원리, 양자 역학까지 과학의 사상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근대 자연 과학이 제공한 기계론적인 과학적 우주론 및 유물론을 극복한 후, 자신의 유기체적 자연관 및 우주론을 전개하였다. 주로 과학 철 학 3부작에서의 '사건' 은 연장(extenision)이었으나, 이 저서에서의 사건은 현실적인 단위로서 상호 관계의 가운 데로 들어가 공동체를 이루어 실현하는 과정이다. 우주도 상호 의존적인 하나의 유기체적 사건이고 새로움을 더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하나의 살아 있는 실재로 이해되었다. 영국의 문예 비평가 리드(Herbert Read)는 이 저서를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의 《방법론 서 설》(Discours de la méthode, 1637) 이래 과학과 철학을 결 부시키는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평하였다. 《과정과 실재》는 철학의 주저로서, 하나의 완성된 형이상학 체계를 서술하고 있다. 슈미트(Paul F. Schmidt)는 이 저서를 두 고 사변 철학 분야에서의 초인적 성취라고 하였다. 《관 념의 모험》에는 그의 형이상학, 문명론, 사회 · 역사 · 과 학 철학, 미학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다. 《과정과 실재》에서 제시하는 8개의 존재 범주 가운데 궁극적인 것은 현실적 존재자(actual entity)와 영원한 대상(eternal object)이고, 파악(Prehension)이란 존재를 지각하는 과정으로, 그의 형이상학 체계에 있어 중요한 개념 이다. 현실적 존재자는 세계를 구성하는 궁극적 실재이고, 다자(多者)를 일자(一者)로 합생(concrescence)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지금 여기서 생기(生起, OCCasion)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 동체(결합체, 사회)를 이루어 존재하고 진전하는 것으로, 이 같은 상호 관계의 작용이 곧 파악 작용이다. 파악이란 "관계성의 구체적 사실"로, 인식론적인 의미 지각을 넘 어서는 존재론적인 개념이다. 영원한 대상이란 "사실의 특수한 규정을 위한 순수 가능태 또는 한정의 형식" 으로 서, 그것만으로는 실재성을 가지지 못하나 현실적 존재자의 내적 구성 요소로서 실재한다. 현실적 존재자로 진 입(ingression)하지 않고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영원한 대상의 존재론적 지위는 결국 그 자체로 비시간 적 현실 존재자인 신에게 귀속된다. 화이트해드에게 있 어서 신은, 모든 시간적인 현실 존재자들이 정신적(개념 적) 극과 물리적 극을 갖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원초적이고 결과적인 양극적(dipolar) 본성을 갖고 있다. 신의 원초적 본성(primodial nature)은 "영원한 대상들의 다양성에 대한 무제한적인 개념적 평가"를 향유하며 또한 "절 대적으로 풍부한 가능태의 무제약적인 개념적 실현"이라 고 정의된다. 신의 비전(envisagement, 원초적 본성 · 직시) 은 영원한 대상들을 시간적인 현실적 존재자와 선택적으 로 관련시킨다. 그로 인해 신의 원초적 본성은 결과적 본 성(consequent nature)과 상호 의존적 관계를 갖는다. 결 과적 본성은 "진화하고 있는 우주의 현실태에 대한 신의 물리적 파악" 또는 "신의 물리적 느낌들이 그의 원초적 개념들 위에 짜여 들어간 것"으로 정의된다. 즉 "신의 본 성의 통일성에 의해, 그리고 신의 지혜의 변형을 통해, 실현된" 현실 세계인 것이다. 화이트헤드에게 있어서 신은 세계에 내재적이면서 동시에 초월적이다. 《과정과 실재》 마지막 결론인 신과 세계의 상호 관계에 관한 설명의 마지막 국면에서, 그의 신개념은 그리스도교적인 통찰과 결부되고 극적으로 확장된 성서적 언어로 표현된다. 〔평 가〕 그리스도교적 관점, 특히 가톨릭의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의의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은 오늘날 동서양의 세계관을 매개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체계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종교 간 대화와 토착화에 관한 철학적 성찰에 있어서 의미 있는 시사점일 수 있다. 둘째, 과학에서 발견된 진리와 종교에서 체험된 진리를 형이상학 체계 안에 정합적 으로 조화시키고 있다. 이는 현대 과학 사상에 대한 가톨릭적 관점에서의 이해와 평가, 오늘날 만연되고 있는 반 종교적이고 무신론적인 사고에 대한 대응 및 반생명 문화의 극복과 생명 윤리 확립을 위한 철학적 성찰과 미래에의 전망에 있어 의미 있는 시사점이 될 수도 있다. (→ 과정신학 ; 논리학 ; 철학 ; 형이상학) ※ 참고문헌 안형관, 《화이트헤드 철학의 이해》, 이문출판사, 1988/ A.N. Whitehead, An Enquiry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Natural Knowledge, Cambridge Univ. Press, 1925(전병기 역, 《자연 인식의 원 리》, 이문출판사, 1998)/ 一, Concept of Nature, Cambridge Univ. Press, 1971(안형관 · 전병기 · 이태호 · 김영진 역, 《자연의 개념》, 이문출판사, 1998)/ 一, The Principle of Relativity with Applications to Physical Science, Cambridge Univ. Press, 1922(전병기 역, 《상대성 원리》, 이문출판사, 1998)/ 一,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Cambridge Univ. Press, 1926(오영환 역, 《과학과 근대 세계》, 서광사, 1989)/ 一, Process and Reality(correted edition, ed. P.R. Griffin · D.W. Sherbume), New York, The Free Press, 1978(오영환 역, 《과정과 실재》, 민음사, 1991)/ 一, Adventures of Ideas, New York, The Free Press, 1967(오영환 역, 《관념의 모험》, 한 길사, 1996)/ Thomas E. Hosinski, Stubbom Fact and Creative Adrance, Maryland, Rowman & Littlefield Publishers Inc, 1993(장왕식 · 이경 호 역, 《화이트헤드 철학 풀어 읽기》, 이문출판사, 2003)/ Paul Arthur Schilpp ed., The Philosophy ofAlfred North Whitehead, Lasalle, IL., Open Court 2nd ed., 1951/ A.N. Whitehead, A Treatise on Universal Algebra with Applications, New York, Hafner Publishing Co., 1st ed., 1960/ A.N. Whitehead · B. Russell, Principia Mathematica, Cambridge, Cambridge Univ. Press, 2nd ed., 1968. 〔安亨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