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률
黃金律
regula aurea · golden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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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
황금처럼 빛나는 계율이라는 의미로, 그리스도교 윤리의 근본 원리. 18세기 이후 마태오 복음 7장 12절과 루가 복음 6장 31절에 언급된 예수의 말씀을 윤리적인 가르침으로 이해하여 '황금률' 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루가 6, 31 ; 참조 : 마태 7, 12ㄱ). 하지만 황금률은 예 수가 처음 말하여 초대 교회에서만 사용된 그리스도교 고유의 윤리는 아니다. 그 연원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Herodotos, 기원전 484?~430/420?)에게까지 거 슬러 올라가며, 예수 이전의 유대교와 동양 사상(불교, 유 교, 이슬람)에서도 그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즉 황금률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행동 원칙이며, 누구나 지녀야 하는 상호 도덕 원리인 것이다. 〔유대교〕 황금률은 긍정문과 부정문 두 가지 형태로 전해져 왔다. 토비트서에는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 게도 하지 마라"(4, 15)라는 내용의 부정문이 언급되어 있으며, 집필 연대가 확실치 않지만 기원전 70년 이전에 쓰였을 《아리스테아스 편지》(Letter of Aristeas, 207)에도 황금률이 전해져 온다. 《디다케》(Didache)에서도 "무슨 일이든지 당신에게 닥치기를 원하지 않는 일이거든 당신도 남에게 하지 마시오"(1, 2)라는 황금률의 부정문이 언급된다. 물론 예수가 말한 긍정문으로 전해지는 황금률 이 부정문의 그것보다 듣는 이를 설득하는 데 훨씬 더 낫기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황금률이 자리한 문맥을 고려하여 이를 이해하는 일이다. 랍비 전통에서는 율사 힐렐(Hillel, 기원전 70?~서기 10?)이 전하는 황금률이 자주 인용된다. 마태오 복음 7장 12절에서 예수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힐렐 또한 전체 율법을 황금률로 요약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느 날 한 이방인 청년이 유대교로 개종하고자 당대 최고의 랍비인 샴마이 하자켄(Shammai ha-Zaken, 기원전 50~서기 30)을 찾아가서 "선생님, 제가 한쪽 발을 들고서 있는 동안 모든 율법을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청하였다. 화가 난 샴마이는 들고 있던 자로 그를 때리며 내쫓았다. 할 수 없이 그 청년은 샴마이와 쌍벽을 이루는 힐렐을 찾아가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그는 "네가 당하기 싫은 일을 네 이웃에게 하지 마라. 이것이 율법의 전부요 나머지는 모두 풀이이다"(《바빌론 탈무드》 샤바트 31a)라고 답하였다. 힐렐은 '황금률' 이 율법의 핵심이며 다른 계율은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도록 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황금률은 마태오 복음서와 루가 복음서에만 전해 오는데, 두 복음서의 저자 모두 《예수 어록》 (Q)에 있는 말씀(루가 6, 31 참조)을 자신들의 복음서에 옮겨 놓았다. 그런데 루가 복음서와 달리 마태오 복음서에는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7, 12ㄴ)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다. 이는 유대교의 계율과 유대인의 관 습에 익숙한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마태오 복음사 가가 덧붙인 말일 것이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독자들이 유대교 분위기에 익숙할 것이라 생각하고 아무 설명 없 이 기술하고는 하였는데, 이러한 예는 마태오 복음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5, 23-24 ; 6, 1-6. 16-18 ; 7, 6 ; 12, 5 ; 15, 2 ; 19, 3 ; 23, 5. 15. 23-24. 27). 마태오 복음서가 전하는,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라는 황금률은 '산상 설교 (5-7장)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산상 설교의 내용은 크게 하느님 나라의 도래(5, 3-12 ; 6, 9-13 ; 7, 21-27)와 그 나라의 요구인 율법의 참뜻에 관한 두 부분으로 나뉜다. 구원의 방편으로 율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데 집착한 유대교와 달리, 예수는 여섯 가지 대당 명제(5, 21-48)를 통해 한 자 한 획에 집착하는 율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참뜻을 밝혀 주었다. 곧 율법주의에 물들어 있던 유대인들에게 율법의 기본 정신을 밝혀 준 것이다. 이는 예수가 613가지나 되는 잡다한 유대교의 율법을 원수 사랑(5, 43-48)과 황금률(7, 12),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22, 37-40)으로 환원시킨 데에서 분명하게 드러 난다. 따라서 의로움을 남달리 강조하는 마태오 복음사가에게는 율법을 풀이하면서 밝혀 준 하느님의 참뜻을 실천하는 것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부르 짖는 의로움보다 넘치는 그리스도인들의 의로움(3, 15 ; 5, 6 : 6, 1. 33 ; 10, 20 ; 21, 32)이 되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완전한 것처럼 우리도 완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5, 48). 이처럼 마태오 복음사가에게 예수는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온 분이었다(5, 17). 마태오 복음사가는 자신이 즐겨 쓰는 "그러므로" 라는 도입말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라는 말을 《예수 어록》에 있는 말씀(루가 6, 31 참조)에 덧붙임으로써, 산상 설교 전체에서 말한 예수의 가르침을 황금률로 요약하고 있다. 〔루가 복음서〕 루가 복음서에 언급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6, 31)라는 황금률은 《예수 어록》에 있는 말씀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루가 복음사가는 대체로 《예수 어록》 에 있는 말씀들을 순서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3-4 ; 6-7 ; 9-17장에 집중적으로 언급 된다). 하지만 피츠마이어(J.A. Fitzmyer)는 마태오가 덧 붙인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7, 12ㄴ)라는 말 또한 《예수 어록》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루가 복음사가가 자신이 속한 이방계 그리스도인 독자들을 위해 일부러 이 말을 삭제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방계 그리스도인 독자들에게는 이 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은 율법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루가 복음서의 황금률 또한 마태오 복음서와 마찬가지 로 '평지 설교 (6, 20-49) 내에, 즉 행복 선언(6, 20-23)과 불행 선언(6, 24-26)에 이어 원수를 사랑하라는(6, 27-36) 말씀 안에 언급되어 있다. 마태오 복음서와 달리 황금률이 앞부분에 자리한 까닭은, 아마도 루가 복음서가 이방계 그리스도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루가 복음사가는 황금률이 율법과 예언서들을 요약해 주는 것이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요약해 준다고 생각한 듯하다. 황금률이 자리한 '원수를 사랑하여라' 는 말씀의 문맥에서 원수는 "미워하는 자들" (27ㄴ절), "저주하는 자들" (28절), "학대하는 자들" (28절)을 가리키는데, 이들에게 잘해 주고 축복하며 기도해 주는 것이 원수 사랑이라고 하였다. 예수는 이어서 원수 사랑의 구체적 지침을 제시 하는데(29-30절),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출애 21, 24 ; 레위 24, 20 ; 신명 19, 21)라는 유대교의 동태 복수법 (jus talionis)을 뛰어넘고 있다. 기원전 18세기에 편찬된 함무라비 법전 제200조에 해당하는 동태 복수법은 복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복수를 막기 위해서 당 한 만큼, 당한 모양대로 어느 정도 복수를 허용한 것이 다. 따라서 동태 복수법에는 보복률이라는 등가(等價)의 논리가 들어 있다. 하지만 예수는 동태 복수법을 폐지하고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마태 5, 39)라는 반복 수법을 제시하였다(마태 5, 38-42 참조). 게다가 이 반복 수법은 이웃 사랑으로 환원된다. 루가 복음 6장 29-30절이 나 타내는 구체적인 지침은 이웃 사랑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따라서 황금률은 원수 사랑의 실천적인 면 을 강조해 주는 원론적인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논 어〕 《논어》(論語)에도 황금률을 뜻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먼저 긍정문으로 전해 오는 내용을 살펴보면, 〈옹야 편〉(雍也篇) 30장에는 인(仁)을 이루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기욕입이입인 기욕달이달인"(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을 설명하고 있다.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을 서게 하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으면 남도 도달하게 하라는 뜻이다. 부정문으로 전해 오는 황금률은 <안연 편> (顔淵篇) 2장과 <위령공 편>(衛靈公篇) 24장에 나오는데,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고 소극적으로 설명되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인을 이루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표 현하든(긍정문) 소극적으로 표현하든(부정문), 그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가 말하는 '서' (恕)나 '충서' (忠恕)는 자신에게 충실한 것을 남에게 확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사실 같은 뜻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을 이루는 방법은 지극히 실천적인 것이다. 〔해석학적 반성〕 예수는 유대교의 율법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 계명과 황금률로 환원 하였는데, 이 두 원칙은 예수가 가르친 윤리 규범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다. 따라서 사랑의 이중 계명과 황금률을 상위법으로 이해한다면, 다른 구체적인 지침들은 상위법에 따라 실생활에 적용해야 하는 하위법으로 볼 수 있다. 황금률에 나타난 상호성의 원리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심과는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성의 원리는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황금률은 이웃 사랑이 라는 차원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웃이란 특정 종교나 민족에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므로, 원수까지도 내 이웃, 우리 이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천하는 이웃 사랑의 모습은 분명 하느님의 인자하신 처사를 본받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 6, 36). 황금률은 예수가 몸소 보여 준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 기꺼이 내어 주는 삶 속에서 그 본보기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황금률 속에 나타난 상호성의 원리와 이웃 사랑과 하느님 사랑은, 전적으로 예수의 가르침 속에 녹아 있다. 예수가 보여준 권위에 찬 가르침은 이웃 사랑을 하느님 사랑으로 승화시킨, 곧 원수를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며 평화를 주고 박해를 참아 내는 사람들은 종말론적 보상을 받는다는 확신을 주었다. (→ 동태 복수법 ; 루가의 복음서 ; 마태오의 복음서 ; 사랑 ; 산상 설교) ※ 참고문헌 F.W. Beare, The Gospel according to Matthew : Translation, Introduction and Commentary, San Francisco, Harper & Row, 1981/ R.F. Collins, 《ABD》 2, pp. 1070~1071/ J.A. Fitzmyer,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I-IX) : introduction, translation and notes, AB 28, Garden City, New York, Doubleday & Company, 1981/ D.J. Harrington, The Gospel ofMatthew, Sacra Pagina Series 1, Collegeville, Minnesota, The Liturgical Press, 1991/ J. Jeremias, (RGG) 2, pp. 1688~1689/ H. Reiner, Die Goldene Regel : Die Bedeutung einer sittlichen Grundformel der Menschheit, Die Grundagen der Sittlichkeit, Meisenheim am Glan, Anton Hain, 1974/ P. Ricoeur, The Golden Rule : Exegetical and Theological Perplexties, 《NTS》 36, 1990, pp. 392~397/ J. Wattles, The Golden Rule, New York, Oxford Univ. Press, 1996/ 김 승혜, 《유교의 뿌리를 찾아서》, 지식의 풍경, 2001/ 요아킴 예레미 아스, 박상래 역, 《산상 설교》, 분도출판사, 1973/ 정양모 역주, 《열 두 사도들의 가르침 - 디 다케》, 교부 문헌 총서 7, 분도출판사, 1993/ 정양모 해제 · 역주, 《마태오 복음서》, 200주년 신약성서 주 해, 분도출판사, 2001/ 一, 《루가 복음서》, 200주년 신약성서 주 해, 분도출판사, 2001. [李妍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