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에 속한 13편의 바오로 서간과 가톨릭 서간 사이에 있는 편지. 요한의 첫째 편지를 제외하고 신약성서에서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인사 없이 직접 내용이 시작되는 유일한 편지이며, 내용은 편지라기보다는 강론이라 할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전승은 이 편지를 사도 바오로가 쓴 것으로 여겨 정경으로 분류하였으나, 현재까지도 여전히 저자와 독자, 집필 시기 및 장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저 자] 히브리서가 바오로가 쓴 작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초기 그리스도 교회는 바오로의 작품으로 여겼다. 바오로를 이 편지의 저자로 주장한 이들로는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스(Clemens Alexandrinus, 150?~215?)와 오리제네스(Origenes, 185~253)가 있다. 글레멘스는 바오로가 히브리서를 히브리어로 썼으며, 훗날 루가가 그리스어로 옮겼다고 주장하였다(에우세비오, 《교회사》 6, 14, 2-4). 오리제네스는 바오로의 제자가 그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히브리서를 썼다고 주장하면서도, "히브리서 저자에 대한 실상은 하느님만이 아실 뿐이다"(에우세비오, 《교회사》 6, 25, 14)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달리 바오로의 친저성에 의심을 품은 이들은 다양한 인물들을 저자로 내세웠다. 테르툴리아노(Q.S.F. Tertullianus, 155?~230/240?)는 바르나바를 저자로 내세우며, 히브리서를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루터(M. Luther, 1483~1546)는 달변가이며 성서에 능통한 아폴로(사도 18, 24)를 저자로 주장하였다. 히브리서에 나타난 사상과 알렉산드리아의 필론(Philon Alexandrinus, 기원전 20?~서기 50?)이 펼친 사상의 유사점으로 보아 알렉산드리아의 아폴로가 저자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한 하르나크(A. von Harnack, 1851~1930)는 남편인 아퀼라와 함께 선교를 한 프리스킬라(사도 18, 2. 24-26 ; 로마 16, 3-5 ; 1고린 16, 19 : 2디모 4, 19)가 저자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히브리서의 익명성을 근거로 하는 주장인데, 프리스킬라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름이 은폐되었거나 없어졌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대개 아폴로가 저자라는 주장을 더 많이 지지하는 편이다. 이것은 히브리서에 남성형 어미로 끝나는 분사 '디에고우메논' (Να πω, 히브 11, 32 : "말하려면")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여자인 프리스킬라를 저자라고 보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형 어미는 저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쓰였거나 관습에 따라 쓰인 것일 수도 있다. 이 밖에 에바프라, 실바노, 유다, 디모테오 등 여러 사람이 거론되지만 어느 주장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오리제네스의 진술이 유효한 상태이다.
〔독 자〕 히브리서는 저자뿐 아니라 수신인 또한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히브리서가 쓰일 무렵, 유대교는 그리스도교와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다. 따라서 저자는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과 유다 전승을 믿는 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성서를 해석하고자 하였다. 성서를 폭넓게 인용하고 제사를 상징하는 "대사제" 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해서 유다계 그리스도인들 독자만 염두에 두고 구성된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독자로 이해해 왔고 또 배교(2, 2-3 : 6, 4-6 : 12, 25)와 고난, 그리고 박해(10, 32-34 ; 12, 4)를 암시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매우 일반적인 내용들이어서 그 역사적 배경을 밝혀 숨은 독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이방인과 유대인을 구분하지 않고 일반 신자 공동체를 숨은 독자로 보고 있다.
이들 숨은 독자가 살고 있던 곳으로 예루살렘과 고린토, 소아시아, 로마, 이탈리아(13, 24)가 거론되지만 모두 확실하지 않다. 최근에 가장 타당한 장소로 로마를 추정하는데, 이는 교황 글레멘스 1세(Clemens I, 90/92~101?)가 《제1 고린토 서간》(17, 1 ; 36, 2-5)에서 히브리서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필 시기 및 장소] 집필 시기 및 장소 또한 추정에 불과한데, 히브리서를 인용하고 있는 《제1 고린토 서간》이 95년경에 쓰여졌다고 볼 때 이보다 앞서 쓰여진 것만은 확실하다. 저자는 서기 70년에 성전이 파괴된 사실을 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전 예배가 당시에도 행해지고 있었음을 사실로 제시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9, 6-10 ; 10, 1-4) 70년 이전에 쓰여졌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주석가들은 히브리서 집필 연대를 80~90년으로 본다. 9장 1~10절에 언급되는 내용은 성전 예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드렸던 장막 예배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며, 저자는 예수의 희생 제사로 말미암아 구약의 성전 예배가 대체되었음을 알려 주고 싶었기에 성전 예배를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집필 장소 또한 분명하지 않다. 이탈리아(13, 24), 로마, 이집트, 에페소, 안티오키아 등이 거론되지만 믿을만한 근거는 없다.
〔문학 유형〕 고대 그리스인들의 편지는 발신인과 수신인의 이름, 그리고 축복 인사로 시작하는데(사도 23, 26 참조), 바오로는 이러한 편지 양식에 따라 '서두 인사'를 시작으로 편지를 썼다(로마 1, 1-7 ; 1고린 1, 1-3 ; 2고린
1, 1-2 : 갈라 1, 1-5 : 필립 1, 1-2 : 필레 1-3). 하지만 히브리서의 첫 부분(1, 1-4)은 편지 양식에 해당하는 '서두인사' 가 아니라 정교하게 꾸며진 수사학적 서문이며, 마지막 부분(13, 22-25)은 바오로가 즐겨 쓰는 편지 양식에 따라 끝맺음을 하고 있다. 이처럼 편지 양식이라 보기 어려운 이러한 형태와 대사제인 그리스도라는 주제로 일관되게 논지를 펼치고 있는 저자의 의도 때문에 히브리서를 신학 논문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크게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히브리서는 고대 강론 양식에 따라 교의와 훈화 또는 사목적 권고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강론에서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말하다' (2, 5 : 5, 11 : 6, 9 ; 9, 5)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강론 양식으로 쓰여졌음을 알게 해준다. 또한 이는 저자가 독자에게 마지막 권고를 전하면서 히브리서를 가리켜 "권유의 말" (13, 22 ; 참조 : 사도 13, 15)이라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히브리서는 엄밀히 말해 편지가 아니라 강론을 기록한 작품이다.
〔구 조〕 히브리서 저자는 매우 조직적이고 논리정연하게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수사학적 기술(반복과 강조, 경고와 격려 등)과 문체(반복, 두운, 교차 대구법 등)를 이용하여 신앙의 진리를 전하는 교의와 그리스도인의 실생활에 관한 지침을 전하는 권고를 설득력있게 전개하고 있다. 히브리서의 구조는 내용과 의미에 따라 다음의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천사나 모세를 통해 전해지는 말씀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이 더 위대하다(1, 1-4, 13).
② 이스라엘의 사제직과 비교하여 완전하고 영원한 대사제인 예수를 설명한다(4, 14-10, 31).
③ 천상 성소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무는 것이 믿음이다(10, 3-12, 29).
④ 참된 대사제인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느님을 기쁘게해 드리고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라는 권고로 마무리하며, 축복과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13, 1-25).
〔신학적 의미〕 히브리서의 중심 신학은 대사제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리스도론이다. 신약성서 가운데 히브리서에서만 그리스도에게 "사제"(14번)와 "대사제"(17번)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저자가 독창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 듯하다. 저자는 이미 전례 때 예수를 "사도나 "대사제"로 고백하는 신앙 고백문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3, 1). 대사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사람들 가운데서 뽑힌 이들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그분을 섬기는 사람이다. 곧,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 주는 중재자이다(5, 1-5). 대사제는 일 년에 한 번, '속죄의 날' (YomKippur)이 되면 백성과 자신의 속죄를 위해 지성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9, 7 참조). 성전 뜰에서 속죄 제물로 쓰일 수송아지와 염소를 죽여 그 피를 대야에 담아 성소를 지나 휘장이 쳐진 지성소 안으로 들어가서는 그 피를 제단에 뿌린다. 백성과 자신의 죄를 뒤집어쓴 희생 제물의 피를 뿌림으로써 죄로 인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던 인간이 다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대사제의 역할은 예수의 죽음과 연결이 된다. 자신의 약함 때문에 알게 모르게 죄를 짓게 되는 대사제(5, 3 : 7, 27)와 달리 예수는 죄를 짓지 않고(4, 15 : 9, 14),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이 살과 피를 가진 분으로(2, 14) 사람의 약함에 가슴 아파한다(4, 15). 이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자, 예수 자신은 죄가 없지만 다른 사람, 곧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자신을 속죄 제물로 바쳤다(9, 26). 하느님의 아들이 바친 희생 제사는 하느님이 온 인류를 구원하기에 충분하였다(7, 27 : 9, 11-14. 27-28 ; 10, 12). 곧 예수는 대사제이자 희생제물이 되어 하느님께 간구하고 중재하는 중재자가 된 것이다. 이로써 예수는 하느님으로부터 멜기세덱과 같이 대사제로 임명되었다(5, 6. 10).
자신을 속죄 제물로 바친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는 어느 시대 어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유일한 제사이다. 대사제가 해마다 속죄의 날이 되면 희생 제사를 매번 드려야 했던 것과 달리, 계속해서 바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제사인 것이다. 십자가 위에서 처형된 예수의 죽음은 영원한 하느님의 아들이 대사제로서 자신을 모든 인류를 위한 희생 제물로 바친 것을 대표하며, 구약의 희생 제사를 대체한다.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나 하느님께 들어 올려지고, 완전한 대사제로서 하늘에 있는 참된 지성소로 들어갔다. 따라서 영원한 대사제인 그리스도는 이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이들이 하느님께 바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며, 훗날 천상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므로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전해 주고 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드리는 거룩한 미사는 당연히 희생 제사의 의미를 가지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이 유일한 희생 제사에 참여해야 함을 히브리서는 알려 주고 있다. (→ 신약성서)
※ 참고문헌 H.W. Attridge, 《ABD》 3, pp. 97~105/ Baehr, Priest, High Priest, New Intemational Dictionary ofNew Testament Theology 3, 1986, pp. 32~441 M.M. Bourke, The Epistle to the Hebrews, The New Jerome Biblical Commentary, eds. by R.E. Brown et al., Englewood Cliffs, New Jersy, Prentice Hall, 1990, pp. 920~941/ G.W. Buchanan, To The Hebrews :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AB 36, Garden City, New York, Doubleday, 1981/ E. Grasser, An die Hebrier(Hebr. 1~6), EKK XVII-1, Braunschweig, Benziger ; Neukirchen-Vluyn, Neukirchener, 1990/ C.B. Kittredge, Hebrews, Searching the Scriptures : A Feminist Commentary, vol. Ⅱ, ed. by E.S. Fiorenza, New York, Crossroad, 1994, pp. 428~452/ W.L. Lane, Hebrews 1~8, WBC 47A, Dallas, Texas, Word Books, 1991/ 이홍기 해제 · 역주, 《히브리서》,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분도출판사, 2001. [李妍受]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
επιστολή προς τους Εβραίους · Epistila ad Hebraeos · The Letter to the Hebrews
글자 크기
12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