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가현설
假現說
[라]Docetismus · [영]Docet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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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마르치온과 그 추종자들을 비판한 순교자 스미르나의 폴리카르포.
강생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닌 육신의 실재를 부정하 는 신학적 오류. 이 명칭은 실제로가 아니라 겉으로만 보 이는 현상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δοκεῖν' 에서 유래한다. 그리스도는 지상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인간의 육신과 같은 진정한 육신을 지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육신적 외 관을 보이고 있었을 뿐이라는 이 주장은 그리스도교 내 의 특정 가르침이 왜곡된 결과라기보다는 1세기 그리스 와 유대 학파 사이에 널리 유행했던 이원론적 철학이 그 리스도교와 결합되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도교 복음이 맨 처음 선포될 당시에는 우주를 선한 영의 세계 와 악한 물질의 세계가 싸우는 전쟁터로 보는 이원론적 사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와 결합되면서 많은 이단 사상이 나타났는데 그노시스주의 와 마니교가 대표적이다. 가현설은 물질을 악으로 보는 그노시스주의적 이원론에 근거한다. 그노시스주의자들 은 육체를 어둠과 악의 세력이 만든 악한 것으로 보고, 육체 때문에 생기는 모든 결과들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라고 보기 때문에 구원자는 육체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 하였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선한 영적 세계를 이끌 어 가는 존재로서 물질로부터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온 순수한 영이며, 태어나 먹고 죽고 하는 등의 육 체적인 묘사들은 단지 외적으로만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현론은 2~3세기를 거치면서 그노시스주의 에 계승되었을 뿐 아니라 초대 그리스도교계에 깊은 영 향을 끼쳤는데 그 흔적을 베드로 복음, 베드로 행전, 이 사야 승천기와 같은 위경에서와, 알렉산드리아의 글레멘 스, 오리제네스 등의 저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내 용 〕 가현설은 상이한 이단 교리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일종의 결론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조류라 고 볼 만큼 단일화된 체계를 가지지도 않았고, 조직화된 종파도 없었다. 따라서 주장하는 내용이 다양할 뿐 아니 라 정도의 차이도 많다. 가령 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에 대해서는 가현설적 입장을 취하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서 는 아닐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또한, 그리 스도의 인간성은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해서 보통 사람들 보다 훨씬 영적이고, 타락의 힘에 예속되지 않았다고 보 는 온건한 가현설이 있는가 하면, 그의 지상 생애가 모두 무의미한 신화에 불과하다고 보는 극단적인 형태도 있 다. 대표적인 가현론자들은 다음과 같다. 1) 바실리데스(Basilides)는 가현론자는 아니었으나 인 간 예수를 세례 때 그 안으로 들어간 영과 구별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육체성으로 인해 제기되는 그노시스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레네오(140?~202?)는 바실리데 스가 "키레네 시몬이 예수 대신 처형되었고, 예수 자신 은 시몬의 형상을 입고 그 옆에 서서 웃고 있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만일 바실리데스가 정말로 그렇게 가르 쳤다면 -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대부분의 가 현론자들이 지닌 공통된 사상들과는 달리 그리스도가 십 자가에 달린 것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가현론이 되는 셈 이다. 2) 발렌티누스(Valentinus) , 아펠레스(Apelles), 바르데 사네스(Bardesanes) , 마리누스(Marinus)는 대표적인 온건 가현론자들이다. 발렌티누스는, 예수는 사멸하지 않는 '영적인' 몸을 지녔고, 일반적인 물질의 법칙에 얽매이 지 않는다. 그 형태는 가장 낮은 에온(aeon)인 소피아와 창조자 데미우르고스의 힘에 의해 마리아를 통해 생겨났 다. 후에 발렌티누스파는 그의 사상을 여러 방향으로 발 전시켰는데, 예수 육체의 비자연성을 그대로 견지하면서 도 예수와 그리스도를 독립된 두 인격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마르쿠스(Marcus : 이레네오와 동시대의 발렌티누스 파)는 예수의 세례를 '외견상 예수' 의 죄 용서를 위한 세 례 요한의 세례와 예수가 그리스도, 또는 영을 받아들여 완전해지는 영적인 세례(마르 10, 38-39)로 구분하는데, 이것은 온건한 가현설과 네스토리우스주의의 결합 형태 이다. 마르치온(Marcion)의 제자였던 아펠레스는 스승과 달리 온건한 가현론자였다. 그는 그리스도가 정말로 육 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별들과 세계의 더욱 '고차원적인' 실체들로부터 나왔고, 실제로 마리아에게서 나지는 않았으며, 천사들의 몸과 같은 것 이었다고 한다. 바르데사네스(154?~223?, 시리아인)에게 서는 가현설적인 내용을 발견할 수 없지만 바르데사네스 파와 마리누스는 그리스도가 천상적인 육체를 지녔고, 여인에게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단지 겉보기에만 수난당 했다는 온건한 가현설을 가르쳤다. 3) 체르도(Cerdo), 사투르니누스(Saturninus), 마르치온 등은 대표적인 극단적 가현론자들이다. 체르도는 그노시 스주의와 가현설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시몬 마구스 (Simon Magus)의 추종자이고 마르치온의 스승으로 알려 져 있으며, 그리스도의 육체성과 지상에서의 인간적인 행동들을 모두 부정하였다. 유스티노(100?~165)가 언급 했던 사투르니누스(2세기경 시리아인)는 일관되게 이원론 적 신학 체계를 유지하였고, 극단적 가현설을 주장하였 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는 이스라엘의 하느님과 대립 되는 구원자로서 물질로부터 자유로우며, 인간 안의 생 명과 영의 불꽃을 물질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왔다고 한 다. 유명한 가현론자 마르치온은 본래 폰투스의 항해사 였는데 엘레우테로 교황(174~189?) 시대에 로마에서 그 리스도교 신자가 되었다. 그 후 그노시스주의에 매료되 어 독자적인 그노시스주의 체계를 만들었고, 많은 추종 자들이 따르게 되었다. 그노시스주의에 반대하는 교부들 의 글 속에는 늘 마르치온주의자들이 나타난다. 예수의 초기 생애와 관련해서 마르치온은 극단적인 가현설을 주 장하였으며, 그의 추종자들은 탄생 설화와 유년기 설화 가 모두 삭제된 루가 복음을 읽었다. 예수는 결코 사람이 아니었으며, 실제로 육체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하느 님의 영인 그리스도와 물질과의 관련성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능하였다. 마르치온은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죽음에 관한 사상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때로 수난과 죽음을 인 정하였다고 보이나 어디까지나 가현설적인 의미에서 이 해하였을 뿐이다. 시몬 마구스는 모든 그노시스주의 이 론과 가현설의 원조라고 불리는데 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전설적으로 채색되어 있어 신빙성이 없다. 〔비 판〕 초세기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의 몸으 로 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예수에 관해 그 렇게 고백하지 않는 모든 영은 하느님에게서 난 것이" (1 요한 4, 3) 아니며 "속이는 자이며 반그리스도"(2요한 1, 7)라고 하면서 가현론을 배격하였다. 2세기 초엽 안티오 키아의 이냐시오도 그리스도의 육신적 실재를 부정함은 곧 그리스도교의 실재와 그리스도교인의 생활 양식의 부 정이라고 하면서 가현론을 단죄하였다. 스미르나의 폴리 카르포는 요한의 첫째 편지 4장 2-3절을 인용하면서 십 자가의 증거를 고백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악마에게서 났고, 부활과 심판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악마의 자녀라 고 주장했는데, 마르치온과 그 추종자들을 향한 말로 보 인다. 이레네오는 폴리카르포가 마르치온을 만나서 그에 게 악마의 자녀라고 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순교자 유스 티노는 마르치온주의자들을 '오직 말로만 고백하는' 그 노시스주의자들 가운데 하나라고 비판하면서 그리스도 의 참된 인간적 본성을 주장하였다. 이 밖에 이레네오, 안티오키아의 세라피온, 특히 《마르치온에 대한 반박》을 저술한 테르툴리아노에 의해 가현론의 기세는 꺾이었지 만 극단적인 형태의 가현설이 사라졌을 뿐 특정 경향들 은 그대로 남아 가현론적 경향과 사고 방식은 교의와 윤 리 및 수덕 분야에 잔존하여 왔고 특히 펠라지우스주의 (Pelagianism)에서 나타났다. 오늘날 그리스도 가현론은,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어 죄 외에는 인간과 모든 면 에서 꼭 같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이 사실에서 실재적 인 결론을 도출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대단히 위험한 이론이 되고 있다. (-> 그리스도론 ; 그노시스) ※ 참고문헌 A. Fortescue, 《VERE》 41 A. Grillmeier, 《LThK》 31 A. Harnack, Lehrbuch der Dogmengeschichte, new ed., vol. 3, Tüibingen, 1909~1910/ A. Humbert, 《NCE》 4/P. Perkins, 41 R. Williams, Jesus Christus II , 《TRE》 16. [朴慶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