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그레엄 (1904~1991)

Greene, Henry Grahan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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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엄 그린.

그레엄 그린.


영국의 가톨릭 소설가. 1904년 10월 2일 영국 하트퍼 드셔의 버캄스테드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 지가 교장으로 봉직하고 있던 버캄스테드 학교에서 중등 교육을 받았고, 1922년 옥스퍼드의 밸리얼 대학에 입학 하여 현대 역사를 전공하였다. 대학 졸업 후 런던의 <타 임즈> 등 신문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하였다. 1929년 첫 소설 《내면의 사나이》(The Man Within)가 성공을 거두자 신문사를 그만두고 작품 활동에 전념하였는데 저널리즘 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 <스펙테이터>에 영화 평론을 싣 고, 여러 잡지와 신문에 외국 현지 르포를 썼다. 1926년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는데, 그와 결혼하려는 비 비언(Vivien Dayrel-Browning)이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이 다. 1927년 비비언과 결혼한 후 두 자녀를 두었으나 1939년 말부터 별거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41년부 터 1946년까지는 영국 외무성의 비밀 정보국에서 일했 다. 1938년에 출판된 《브라이튼의 막대 사탕》(Brighton Rock)을 시작으로 가톨릭 신앙을 다룬 소설을 여러 권 썼고, 이를 통하여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그는 프랑스의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 모리악(Francois Mauriac) 과 비교되는 영국의 대표적인 가톨릭 소설가이자, 20세 기 중반의 영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노년에 이르 기까지 소설 26권, 단편집 3권, 시집 1권, 희곡 4편, 평 론집 2권, 여행기 3권 등 많은 작품을 출판했다. 말년에 영국을 떠나 프랑스 앙티브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다가 1991년 4월 3일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 세계〕 두 편의 자서전에서 가톨릭으로의 개종 동기와 개종 과정이 이야기되어 있지만 그의 신앙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다른 글에서도 그린 은 자신의 신앙관을 피력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의 신 앙관은 그의 가톨릭 작품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그의 소설에 나타난 신학 사상은 그리스도 교적 인문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그린의 가톨릭 작품에 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연민과 사랑이다. 그의 대표작 《권능과 영광》(The Power and the Glory)이나 《사건의 핵 심》(The Heart of the Matter, 1948) 같은 초기 가톨릭 소설의 주인공들은 악한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그들의 불행을 덜어 줄 책임을 스스로 떠맡는다. 《명예 영사》(The Honorary Consul)와 같은 후기 소설에서는 사랑을 외면하는 교회에 실망한 나머지 교회를 뛰쳐나와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정부에 대 항하여 싸우는 신부가 등장한다. 그린은 해방신학의 추 종자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공산주의자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이는 해방신학이나 공산주의가 가 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했기 때문이었다. 그 러나 이들의 투쟁 방법에 찬동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의 실천자들은 책임 수행의 과정에서 죄를 짓는 경우가 많은데, 그린은 그들의 동기를 중시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원과 타인들을 돕는 일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자신들의 구원을 포기하는 희생적 태도를 취한다. 그 들이 사회나 교회의 법을 어겼을 경우, 그린은 행동의 결 과에 따라 그들을 판단하려는 자세를 비판하고, 인간의 내면을 살살이 파악하는 신은 심판날에 동기를 참고하여 판단하리라고 믿는다. 따라서 그의 신은 벌하는 신이 아 니고 자비의 신이다. 또한 그는 바리사이적인 독선이나 자만심을 경계하고 세리의 겸손을 찬양한다. 《권능과 영 광》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신자들 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난 다. 그가 후기 가톨릭 소설에서 윤리신학을 불신하는 것 은 이 때문이었다. 겸손과 사랑을 중시하는 그린은 "그 리스도교의 중심에는 죄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페기 (Charles Péguy)의 말을 《사건의 핵심》의 제사(題詞)로 삼 았다. 그의 소설 세계에서는 죄의 유무보다는 사랑의 유 무가 더 중요하다. 그린은 구체적인 경험을 중요시하고 추상적인 신학이 나 교리를 싫어한다. 공산주의자들에게 박해받는, 《권능 과 영광》의 위스키 신부는 10여 년의 고난을 통해서, 책 을 많이 읽었던 신학교 시절에 알지 못했던 신비를 깨닫 는다. 《사건의 핵심》의 스코비는 정신적 고통과 타인의 불행을 덜어 주려는 희생적 노력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고통과 희생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그리고 《사랑의 종말》(The End of the Affair, 1951)의 사라 는 육욕적 사랑을 통해서 신의 사랑을 깨닫는다. 이와 같 이 그린의 주인공들은 신부와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서 신앙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신을 이 해하고 신앙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그들의 신은 신학이 나 교리에서 말하는 추상적인 신이 아니다. 더불어 말하 고 구체적인 관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신인동형(神人同 形)의 신이다. 그린은 의심하는 신앙을 현대인의 신앙의 전형으로 본다. 《사랑의 종말》 이후의 몇몇 가톨릭 소설 에서는 신앙 상실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 그들이 신앙을 잃은 것은 그들의 이성으로 교리나 신학을 납득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이 강한 그들이 신앙을 회복하 는 기미를 보일 경우 불신과 믿음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의심의 상태에 머무른다. 그린은 이렇 게 의심하는 신앙인의 모델을 "믿습니다. 제 믿음이 부 족하오니 도와주십시오"(마르 9, 24)라고 예수께 말씀드 린 사람에게서 발견한다. 그의 세례명 토마스는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따온 것이 아니고 의심 많은 사도 토마에 게서 따온 것이다. 그는 사도 토마를 현대인의 수호 성인 으로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의 신앙의 중심에는 인간이 신의 형상이라는 신비 가 자리하고 있다. 《권능과 영광》의 위스키 신부는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인간은 모두 신의 형상이므로 그들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의 형상에 대한 논리로 악한 사람까지도 사랑할 만큼 사랑을 확대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악한 사람도 신의 형상이라는 말은 신은 선하고 사탄은 악하다는 전통적인 선악의 이분법을 해체할 염려가 있다. 인간이 신의 형상 이라는 발상이 《명예 영사》의 사제에게서는, 신에게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있다는 논리로 발전한다. 그래서 그는 사탄의 개념을 일축하고 전능자인 신은 세상의 악과 선 모두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그리스도에게서 완벽하게 나타났던 선이 악을 압도할 날이 올텐데 이러한 선의 승리는 인간의 도움에 의해서 가능하다. 인간이 악을 많이 행하면 신의 악한 면이 강화되 고, 인간이 선을 많이 행하면 신의 선한 면이 강화된다.따라서 신의 진화는 인간의 정신 발전에 의존한다는 입 장이다. 그린은 그의 가톨릭 작품에서 이성이 강한 현대인들의 정신적 고갈을 지적하고 그들이 신앙을 찾을 수 있는 길 을 제시하고 있다. 사랑을 강조한 데서 그의 그리스도교 적 인문주의자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죄인에 대한 관 심에서는 얀센주의적 · 아우구스티노주의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추상적인 신학과 교리를 불신하고 구체적 경험을 중시하는 데서 실존주의자나 프로테스탄트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그는 진보적인 신학 사상의 영향을 받아 상황 윤리, 해방신학, 샤르댕적인 정신 진화론에 대 해서도 관심을 표명한다. 특히 후기의 작품에서는 전통 적인 가톨릭 신앙으로부터 많이 이탈하고 있다. 그러나 신앙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정신적 고갈을 진단하고 그들 에게 신앙에 접근하는 길을 제시하면서 신앙을 일깨우려 는 그의 노력은 여기서도 주목할 만하다. ※ 참고문헌  J.P. Kulshrestha, Graham Greene the Novelist, Delhi, MacMillan India, 19771 Jae-Suck Choi, Greene and Unamuno Two Pilgrims to La Mancha, New York, Peter Lang, 1990/ Jeffrey Meyers, Graham Greene : A Revaluation, London, MacMillan, 1990/ Maria Couto, Graham Greene : On the Frontier-Politics and Religion in the Novels, London, MacMillan, 1988/ Roger Sharrock, Saints, Sinners and Comediians The Novels ofGraham Greene, Notre Dame, Ind., University ofNotre Dame Press, 1984/ T.R. Wright, Theology and Literature, Oxford, Basil Blackwell, 1988/ Graham Greene, 윤종영 역, 《기억의 초상》, 동문사, 1992/ 최재석, 《그레엄 그린의 소설과 우나무노》, 한신문화사, 1984/ Graham Greene, 이정은 역, 《권력과 영광》, 학원사, 1982/ 一, 최재석 역, 《권능과 영광》, 한길사, 1983/ 一, 박금수 역, 《사랑의 핵심》, 서문당, 19771 一, 이정은 역, 《사랑의 종말》, 학원사, 1982. 〔崔在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