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禁忌
[영]taboo(ta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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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잡귀와 부정을 막기 위해 동네 어귀에 세 운 솟대.
주술적인 종교 현상에 나타나는 금지의 관념과 이 관 념을 바탕으로 형성된 습속(習俗). 주술적 경향을 지닌 종교 의식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보편적인 종교 현상. 터 부(taboo)라고도 한다. 터부는 원래 폴리네시아 통가 (Tonga)섬 원주민의 토착어로서 그것을 영자로 표기하여 'taboo' 또는 tabu' 라고 한 것이다. 그 어의(語義)에 대 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는 'ta' 는 '치다', '때 리다' '두들기다' 라는 뜻이고 'pu' 는 '북' 을 뜻하므로, 'tabu' 는 '북을 치는 것' 을 의미한다. 이것은 추장이 포 고나 금령(禁令)을 내릴 때 북을 쳐서 알리는 이 지역의 관습에서 비롯한 것이다. 두번째는 'ta' 는 '표시하다' 를 뜻하고 pu' 는 강조의 부사로서, 'tabu' 는 '강하게 표시 된' '엄격히 구분된' '엄격히 금지된' 의 의미를 지닌다. 이 경우에 터부는 '성스러움' 과 '금지함' 의 두 가지 의 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종교학자들은 폴리네시아에서 차용한 터부 개념을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유사한 관 념과 행위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시켰다. 한자 문 화권에서는 이미 《후한서》(後漢書)나 《남사》(南史)에 금 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삼국유사》(卷一 紀異, 第一 射琴匣)에도 "이것을 항도(怛刀)라고 했다. 슬퍼하고 조심하여 모든 일을 금하고 꺼린다는 뜻이다"(便言恒切, 言悲愁而禁忌百事也)라 하여 금기라는 용어가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금기어(禁忌語)에는 '가린다' 라는 말이 있으며, 이는 '구별한다' '구분한다' 라는 뜻이다. 금기는 개인의 혐오,기피의 감각, 관념, 태도에서 발견되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영역에 제한되지 않는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금기어는 대체로 '무엇을 하면 안된다' 거나 '이러한 경우에는 무엇을 하지 않는다' 또는 '무엇을 하면 이러 이러해서 좋지 않다' 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같이 금령(禁令)과 금제(禁制)의 형식을 취한 금기어를 보더라도 금기는 개인의 감각과 태도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율령이나 법칙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기는 개인의 심리 나 감각에 근거하지만 사회 규범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 고 있다. 사회 규범은 사회적 재가(栽可)에 의하여 부여 받은 정당성의 규범이며, 사회적 재가는 관습적인 합의 에 따른다. 따라서 금기는 어떤 특정 시기에 특정의 선포 자가 규정되고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민 족의 사회 구조 속에서 싹튼 것이므로 합리적인 설명이 없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또 실생활을 좌우 해 왔다는 점에서 비조직적, 비도의적, 무의식적, 사회의 습관이 생활 속에서 표현된 습속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러나 습속이 일정한 관념을 수행하는 행위이거나 일정한 형식으로 반복되는 행위인데 반하여, 금기는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불행위(不行爲)의 행위로서 본래 소극적 인 성격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금기는 정상적인 것을 행 동으로 옮기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이상한 것을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특징으로 한다. 이처럼 금기는 곧 방어(防禦), 보신(保身), 계신(戒 愼) 등 소극적 정서와 결부되는데 이 정서에는 위험이나 위기에 관한 감각과 관념이 전제된다. 위험이나 위기에 대해서는 '영혼의 위험' (J.G. Frazer), '힘(mana) 있는 것으 로부터 오는 위험' (R.R. Marett), '성스러운 것으로부터 오 는 위험' (E. Durkheim) '사회적, 의례적 상황 변화의 위 험' (A. VanGennep '욕망 포기의 위험' (S. Freud) 등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대체로 금기는 프레이저의 주술 이론 으로 설명해 왔다. 그는 주술의 기초가 되는 사고의 원리 는 '유사 법칙' (law ofsimilarity)과 '접촉 법칙' (law ofcontact)이라고 하였다. 유사 법칙은 비슷한 행위를 함으로 써 주술적 결과를 얻으려는 것이고, 접촉 법칙은 어떤 사 람이 접촉했던 물건을 매개로 저주 따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법칙은 한두 개의 절차를 통해서 주술적 힘의 영향을 받으면 독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공 감 법칙' (law of similarity) 속에 포함된다. 그러나 공감 법 칙이라는 주술적 원리만으로 금기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여자를 기피한다거나, 이방인을 금지한 다거나, 신성한 추장을 격리시킨다든가 하는 현상 속에 서는 공감 법칙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금기들이 많이 발견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레비 스트로스(C. Lévi-Strauss)의 토템주의와 동물 범주에 대한 연구에 영향을 많이 받아 특정 동물로 만든 음식물 금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더글라스(M. Douglas)와 리치(E. Leach)는 특정 동물을 금기시하는 이 유를 각 문화권의 동물 분류 방식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더글라스는 레위기에 나오는 음식물 금기를 고찰했는데, 이 음식물 금기의 대상들은 일정한 범주 체 계(category system)에 들어맞지 않는 것들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돼지가 금기의 대상이 된 것은 돼지가 다른 동 물들과 달리 괴기한 발굽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 고기 중에서도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금기시된다. 왜냐 하면 물고기는 비늘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더글라스는 어떠한 범주에 속하면서도 특이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 대체로 금기의 대상이 되었 다고 하였다. 한편 해리스(M. Harris)는 더글라스와 달리 유대교인과 이슬람교인들이 돼지 고기를 혐오하는 이유를 문화 생태 학적, 문화 유물론적 시각에서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성서나 코란이 돼지를 정죄(定罪)한 것은 돼지 사육이 그 지방의 기본적인 문화와 생태계의 조화로운 통합을 깨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농업과 목축이 혼합된 복 합체적인 경제 형태 내에서 돼지 고기를 먹지 말라는 신 의 금령은 완벽한 생태학적 전략이다. 돼지는 잡식 동물 이긴 하지만 인간들이 주로 먹는 나무 열매, 과일, 식물 뿌리, 특히 곡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인간의 경쟁자이기 도 하다. 그리고 돼지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털도 없고, 땀을 흘려 체온 조절도 할 수 없는 까닭에 외부의 습기를 이용하여 피부를 습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자연 조건을 제공하면서까지 고기 생산을 위한 돼지 사육을 한다는 것은 생태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치스런 일이다. 따라 서 비교적 즙이 많고 부드러우며 기름기가 많은 돼지 고 기를 먹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돼지가 불 결하니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고 명령하였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인도에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도 소를 그 대로 두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익하기 때문이라는 이색적 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는 합리적인 사고가 확산되어서 금기에 대한 관념이나 행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예 를 들어 이사가는 경우 방향이나 날짜를 잡는다거나 또 는 특정의 숫자를 싫어하는 것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인에게도 금기에 대한 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우리 사회에도 아직 휘(諱)라 하여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의 이 름을 삼가 부르지 않는 습관이 남아 있는데, 이런 관습도 금기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통 사회에서처럼 임금의 이름이 들어 있는 글자를 쓰지 않고 다른 글자로 바꿔 쓰는 등의 철저한 신분적 휘의 풍습은 사라졌다. 금 기에 대한 관념이 사회 진보를 저해하는 측면이 없는 것 은 아니지만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개개인의 생활 규율 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감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교는 본질적으로 성스러움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할 때 각 종교에서 볼 수 있는 금 기는 각 종교의 윤리와 의식(儀式)을 이해하는 데 반드 시 고려해야만 할 현상으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참고문헌 金聖培 편, 〈韓國의 禁忌語 · 吉非語》, 정음사, 1975/ 張乘吉, 《韓國固有信仰研究》, 서울大學校 東亞文化研究所, 1970/ J.G. Frazer, The Golden Bough, London, 1950(장승길 역, 《황금 가지》, 삼성출판사, 1977)/ M. Harris, Cows, Pigs, Wars and Witches : The Riddles of Culture, London, 1977(박종일 역, 《문화의 수수께끼》, 한길 사, 1982)/ M. Douglas, Purity and Danger, London : Routledge & Kengan Paul, 1966. [姜敦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