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부음
〔라〕unctio · 〔영〕ano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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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에게 기름을 붓는 사무엘
예로부터 기름은 그 종류에 따라 식용, 피부 미용, 치 료,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고대 종 교 예식에서도 사람이나 사물에 기름을 붓거나 발라 축 성 · 신의 권한과 능력 · 신의 보호 등을 드러내곤 하였 다. 이집트, 바빌로니아, 히타이트 등 고대 근동 지역에 서는 기름이 사람이나 사물을 거룩하고 깨끗하게 하며 신의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이집트에서는 왕에게 기름을 발라 통치자의 직무와 권리를 맡겼으며, 히타이트에서는 왕의 즉위식 때 신이 지닌 통치권과 사 제직을 주는 표시로 기름을 발랐다. 〔구약 시대〕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도 이러한 주변 국 가의 영향을 받아 왕과 사제 등 사람이나, 장막 · 증거 궤 등 사물에 기름을 붓거나 발라 축성하였다. 먼저 왕의 경 우를 보면, 이스라엘의 초기 왕들인 사울(1사무 10, 1), 다윗(1사무 16, 13), 솔로몬(1열왕 1, 39) 모두 기름 바름 을 받고 왕이 되었다. 성서는 그 외에도 국가가 위기에 놓였을 때 왕위에 오른 이들도 기름으로 축성하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2열왕 11, 12 ; 23, 30). 이렇게 하여 왕은 '기름 바름을 받은 자' (히브리어로 Mashiach, 우리말 성 서에서 '메시아' 로 번역 ; 그리스어로 Christos, 우리말 성서에서 '그리스도' 로 번역)로서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1사 무 10, 6-7. 10), 그분의 영을 입어(1사무 16, 13) 보호를 받는 거룩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1사무 24, 7. 11 ; 2사 무 1, 14. 16). 하느님은 기름 바름을 받은 왕에게 당신의 권리와 능력과 영예를 내리고, 당신의 뜻을 백성들에게 실천하게 하였다. 왕과 더불어 대사제(출애 29, 7 ; 레위 8, 12 ; 21, 10)와 그 밑에서 활동하던 사제(출애 28, 41 ; 30, 30)들도 기름 으로 축성받아 거룩한 하느님께 제사를 바치고 백성에게 봉사하는 사제가 되었다. 그리고 왕과 사제와 함께 이스 라엘 사회의 3대 지도층을 구성하던 예언자들의 경우에 는,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그의 후계자로 삼 은 사실(1열왕 19, 16) 외에는 그들을 기름으로 축성하였 다는 말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을 '야훼의 예언자들' , '기름 부음을 받은 자들' 이라고 부 르는 것으로 보아(시편 105, 15 ; 참조 ; 하바 3, 13) 예언 자들도 왕과 사제들처럼 기름 바름을 받은 자들이었으리 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왕들과 사제들이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게 되자 백성들은 이스라엘을 이상적으로 다스릴 새로운 '기름 바름을 받은 자' , '새로운 메시아' 를 기다 리게 되었다. 이 메시아 대망 사상은 신구약 중간 시대에 이르러 묵시 문학적 종말론과 어우러진 형태로 이스라엘 에 팽배해 있었다. 〔신약 시대〕 신약성서는 구약에서 예고한 메시아, 그 리고 이스라엘이 고대하는 종말의 메시아에 대한 희망이 예수를 통해 실현되었음을 증언한다. 성서에 나타난 초 대 교회의 신앙은 바로 나자렛의 예수가 주께서 기름을 부어 성령을 내린 구원자 그리스도라는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루가 4, 18 ; 사도 10, 38). 사도 바오로는 이러 한 믿음과 연관시켜 하느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그리스도 인들에게 기름을 부어 구원 사명을 맡겼다고 가르친다(2 고린 1, 21-22).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통해 성령을 받 고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왕직과 예언직에 참여하기 때문 이다. 한편, 예수가 어느 바리사이의 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 을 때에 어떤 죄 많은 여인이 그의 발에 향유를 발라 드 렸다(루가 7, 37-38. 46). 비슷한 이야기는 요한 복음 12 장 3절에도 나온다. 당대의 유대 풍습에 따르면 초대받 은 손님의 손이나 발에 기름을 발라 주는 것은 손님에 대 한 최상의 존경과 예우의 표시였는데, 예수는 이를 참된 사랑과 당신 장례 준비의 표시로 받아들였다. 또 몇몇 여 자들이 무덤에 묻힌 예수의 시신에 향료를 발라 드리려 고 무덤에 갔다가 그의 부활을 체험하기도 하였다(마르 16, 1 ; 루가 23, 56). 유대인들은 부패를 방지하려고 시 체에 기름을 바르곤 하였다(요한 19, 40). 예수는 공생활 중에 사도들을 파견하여 복음을 전하게 하였는데, 그들 은 선교 활동을 하면서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고쳐 주 었다고 한다(마르 6, 13). 야고보서의 저자 역시 신자들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원로들을 청하여 병자에게 기름을 바르고 기도해 주라고 하였다(야고 5, 13-14). 이 두 대목은 후대의 병자성사 예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교회 전승〕 교회는 성서의 가르침과 유대 풍습에 힘 입어 이미 초세기부터 사람이나 사물에 기름을 붓거나 발랐는데, 그 내용을 예식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세례식 ; 2세기 말경부터 시리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예비자 예식 때, 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세례식 때 기름 바르는 예식을 거행하였다(테르들리아노, 세례 7, 8 ; 히폴리토, 사도 전승 참조). 예비자에게 기름을 바른 것은 그들이 온갖 유혹과 죄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더욱 효과 적으로 속죄하는 능력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현행 어른 입교 예식에서는 이 의미를 살려 입교 준비 기간 중 에 예비자들에게 예비자 성유(oleum catechumenorum)를 바 른다. 물로 씻는 예식 직후에 새 신자에게 기름을 바른 것은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신자가 '기름 바름을 받은 자' 인 그리스도를 닮고, 그의 고귀한 신분에 참여 함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이때에는 고급 향료 를 섞은 별도의 올리브 기름을 사용하였는데, 8세기부터 는 발삼 향을 섞었다. 현행 예식에서는 크리스마 성유 (chrisma 또는 oleum sanctum)를 세례받는 이의 이마에 발라 준 다. 이 예식의 참뜻은 신자가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 직과 왕직에 참여함을 표시하는 데 있다. 견진 예식 ; 견진 예식이 세례식과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부터이다. 그리고 이 견진 예식에서 안수와 기름 바르는 예식은 본질적인 요소로 간주되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세례식 다음에 즉시 견진 예식을 거행하 는 것이 정상이다. 그럴 경우에는 세례식 중에 크리스마 성유를 바르는 예식은 생략된다. 견진성사로 기름 바름 받은 신자는 지워지지 않는 성령의 날인(인호)을 받아 더 욱 완전히 그리스도를 닮게 된다. 서품식 : 7~8세기경부터는 구약의 대사제 축성식(레 위 8, 12)을 본받아 주교와 사제 서품식 때에도 수품자에 게 기름을 바르기 시작하였는데, 이 관습은 11세기에 가 서 완전히 정착되었다. 주교와 사제는 이 예식으로 거룩 한 하느님께 속하는 거룩한 사람으로 봉헌되어 하느님께 맞갖은 제사를 바치며, 백성들의 성화를 위하여 봉사하 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다. 현행 서품식에서는 주교에게 는 머리에, 사제에게는 손바닥에 크리스마 성유를 바른 다. 병자 예식 ; 병자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에 관해서는 이미 신약성서에서 언급하고 있지만(마르 6, 13 ; 야고 5, 14), 이에 관한 교회의 증언은 3세기 테르툴리아노의 저 서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당대의 성유 축성 기도 의 주 내용이 치유, 사죄, 건강, 구원 등인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병자에게 기름을 바르는 예식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8~9세기 이후에는 병자성사를 임종 직전에 거행함에 따라 이 성사의 명칭도 마지막 도유(ultima unctio) 또는 최후의 도유(extrema unctio)로 바뀌었다. 그리고 9세기부터는 임종자의 눈 · 코 · 입 · 귀 · 손발 등 오관 (五官)에 기름을 발랐다. 그러나 현행 예식의 지침서에 는 이 성사를 질병이나 노환 등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모 든 신자에게 거행하게 하며, 기름 바르는 곳도 환자의 이 마와 두 손 또는 주교 회의가 지정한 신체 부위로 규정하 고 있다. 위급할 때에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든지 한 번만 바르면 된다. 이 성사로 기름 바름을 받은 신자는 유혹, 고통, 죽음의 두려움 등을 극복하며 구원에 도움이 된다 면 건강도 회복할 수 있는 성령의 은총을 받는다(병자성 사 예식서, 일러두기 6항 참조). 사물에 기름을 바르는 습관은 구약성서의 영향을 받아 5세기경부터 도입되었는데, 제단, 성당, 성작, 성반, 종 등에 국한되었다. 현행 규정에서는 오직 제단과 성당 벽 에만 크리스마 성유를 바르게 한다. 예식에 사용하는 기름은 예비자 성유, 크리스마스 성유 및 병자 성유 등 세 종류가 있으며, 이 성유들은 모두 성목요일의 성유 축성 미사 중에 주교가 축성한다. 그러나 긴급할 때에는 병자 성유와 예비자 성유는 해당 예식 전이나 예식 중에 주례 사제가 축성할 수 있다. (⇦ 도유) ※ 참고문헌 E. Kutsch, Salbung als Rechtsakt im Alten Testament und im Alten Orient, Berlin, 1963/ Ph. Hofmeister, Die heiligen Ole in der morgen-und abendlandischen Kirche. Eine Kirchenrechtlich-liturgische Abhandlung, Wiirzburg, 1948/ De la Potterie, L' onction du chrétien par la foi, 40, 1959, pp. 12~69/ E. Kutsch · G. Delling · C.A. Bouman, Salbung, (RGG) 3, 1961, pp. 1330~1334/ H. Leclerq, Onction, 12, 1936, pp. 2116~2130/ P. Jounel, La consécration du chreme de la bénédiction des saintes huiles, La Maison Dieu 112, 1972, pp. 70~831 R. Berger, Das öl, Gottesdient der Kirche3, 1987, pp. 269~273. 〔李洪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