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 신앙

祈福信仰

글자 크기
2
한국적 기복 신앙의 형태인 성주 단지, 마마 배송굿, 부적, 고사.
1 / 5

한국적 기복 신앙의 형태인 성주 단지, 마마 배송굿, 부적, 고사.


복(福)을 비는 신앙, 마음 또는 행위를 가리킨다. 일반 적으로 기복(祈福) 신앙은 신성(神性)으로부터 물질적 또는 정신적인 혜택을 찾고 기대하는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 삶의 한 부분이다. 이 세상을 초월하는 절대적 실재의 존재를 의식하는 종교적 인간은 그의 삶 에 완전의 차원을 더하기 위하여 그 자신을 향한 절대적 실재의 은혜, 도움 또는 특별한 사랑을 얻어내려고 노력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복을 비는 마음은 신적인 능력이 자 신에게 전이(轉移)되도록 하는 인간의 모든 노력과 관련 된다. 종교적 인간에게 이와 같은 노력은 말과 동작(gesture)의 적절한 조합을 통하여 가장 큰 효과를 드러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복 신앙이란 말은 비단 종교계 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보편화되어 쓰이 고 있다. 그러나 복을 비는 신앙 또는 마음이 우리 한국 인들의 일상 생활과 의식에 밀착되어, 사실상 기복 신앙 을 거리를 두고 대상화하여 인식하기는 어려웠다. 즉, 기 복 신앙의 개념 혹은 용어의 본뜻이라든지 그 배경 및 의 의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거의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반면에 종교학 분야에서는 거룩하며 초 월적인 능력(힘)이 이 세상 속에 편재하게 되는 작용을 한다고 믿는 신비적 행위로서, 주로 제종교의 각종 전문 성직자들에 의한 축복 기도(기원)를 뜻하는 이른바 'blessing' 의 현상에 대해서는 일종의 신비 의식(神秘儀 式)의 한 형태로 설명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종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종교의 다양한 경험과 관련 하여 일반 사람들의 의식 및 사고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기복 신앙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뚜렷한 연구를 하 지 못하였다. 〔복의 개념〕 복(福)이란 한자에는 사람의 힘을 초월한 운수라는 뜻과 오붓하고 넉넉하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 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아주 좋은 운수' 가 무엇이며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 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사람 에 따라, 시대에 따라, 혹은 사회나 문화에 따라 얼마든 지 다른 풀이가 나올 수 있다. 이처럼 복의 개념은 그 외 연적(外延的) 의미도 일정하지 않고 그 내포적(內包的) 의미도 확실하지 않지만, 복이 사람의 삶에 관련된 선악, 행복, 불행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종교의 배경을 중시하면서 복의 개념을 두 가 지 관점에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불교와 관련된 개념 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재 팔고(三災八苦)가 모두 현 세의 모질고 사나운 운수를 뜻하는 액(厄)이나 어려움에 서 벗어나고자 하는 복의 관념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유 교적인 개념이다. 유교의 경우 수(壽), 부(富), 강녕(康 寧), 유호덕(有好德), 고종명(考終命)의 오복(五福)과 연명 장수(延命長壽), 부귀 영화, 평강 안녕(平康安寧) 의 삼복(三福) 등으로 복은 한층 구체적으로 표현되었 다. 그런데 이 역시 모두 현세의 액에서 벗어나고자 하거 나, 또는 현세의 안녕을 바라는 것이다. 한편,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 복이란 말의 실용 예를 들어 보면 신년 정초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라고 하는 인사말, 그리고 편지를 끝맺을 때 '댁내에 큰 복이 내리시기를 축원합니다' 라고 하는 기원 등이 가장 흔히 눈에 띄는 보기들이다. 그리고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개화기 이후에도 복음(福音), 만복(萬福), 수복(壽福), , 복희(福姬), 복녀(福女) 복순(福順) 등 복 자가 이름 속에 흔히 들어가고 있다. 복바위, 복샘(福泉), 장수샘 〔長壽泉〕 등은 자연물에 붙인 기복의 명칭이며, 그 밖에 도 동리 이름, 가게 이름, 암자 이름 등에 역시 복자가 든 이름을 숱하게 보게 된다. 이처럼 일상 언어의 여러 경우에서 빈번히 쓰고 있는 전통적 관행과 관련하여 지 적할 수 있는 것은, 뮐러(Max Müller)가 주장했듯이, 말 로 표현된 단어는 성(聖)과 속(俗)의 매개에서 매우 특 수하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말(단어) 의 신비적 힘(능력)은 특히 고대에서 두드러진다. 그래서 모든 고대 문명 속에서 신의 이름을 갖거나 혹은 신으로 부터 파생된 이름을 갖는 것의 존재라든지, 또는 말로 표 현된 단어들의 반복을 통하여 신적인 힘을 강제하고자 하는 모든 종류의 주문(呪文)은 바로 그 말의 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말의 힘은 인도 종교적 사상의 중심이다. 즉, 인도의 종교에서 말이란 그 리스도교의 '하느님의 말씀' (the Word, Logos)이 의미하 는 것과 비슷하게 그 자체 속에 모종의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범어(梵語)는 축복을 비는 것 또는 축 도(祝禱)의 뜻과 가까운 수많은 단어를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브라만' (brahman)은 본래 '성장을 초 래하는 말' 을 뜻하는 '거룩한 말' 을 의미한다. 〔한국의 기복 신앙〕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복을 빌면서 살아왔다. 현재도 그렇게 복을 빌며 살고 있으며, 복을 비는 마음속에서 죽 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복은 한국인의 삶을 그 밑 바닥에서 움직이고 있는 가장 끈질기고 가장 보편적인 동기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 숭배, 조상 숭배, 샤머니즘 등의 형태로 유지되어 온 민간 신앙은 언제나 현세 기복 에 그 목적을 두어 왔다. 이런 기복적인 신앙 행위는 유 교 · 불교 · 도교 그리고 그리스도교 등의 종교가 유입되 자 이들과 융합되어 보다 구체화되었다. 그 대표적 예로 서, 불교의 경우 고려 사회에서 몽고의 침략을 받고 그 지배하에 들어간 사회적 불안 때문에 교단이 타락한 것 이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기복 불교(祈福佛敎)의 폐단은 마침내 배불(排佛)이 싹트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 고, 특히 공민왕 때 배불의 기운은 비등하여 고려로 하여 금 멸망의 길을 걷게 하였다. 일반적으로 복을 얻기 위한 행위는 소극적으로는 액막 이, 부적 등으로 표현되었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성공제 (誠貢祭) , 고사(告祀), 굿 등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이 런 기복 행위는 구체적인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인간 의 수명, 재물, 성공 따위의 복을 주관한다고 믿었던 제 석신(帝釋神), 대감신(大監神), 성주 등의 신격이 등장 하게 되었다. 민간 신앙에서 토착화된 불교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삼성각(三聖閣), 산신각(山神閣), 칠성각(七 星閣) 등에 모셔진 신격도 역시 이들과 동격이었다. 이 와 같은 복을 비는 행위나 상징은 가신(家神) 신앙에 잘 드러난다. 가신 신앙은 집안에 깃들어 있는 신을 모시는 무속의 일종으로, 집에는 집안의 죽은 조상을 모시는 조 상신, 출산신인 삼신 등 다양한 신격들이 있어 이들이 집 안의 요소요소를 도아 보살펴 주기 때문에 가족 구성 원들이 복을 받고 편히 살며 집안의 대소사가 평안하다 고 믿는 신앙이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유교가 지배 종교였던 가부장제의 조선 사회에서의 종교는 남녀 간에 성별 분담이 있었다. 곧 남성은 조상 제사를 관장하 고 유교를 믿었던 반면에, 주로 집안에 있는 여성들은 민 간 신앙인 무속적인 가신 신앙의 세계 속에 살고 있었다. 또한 기복 신앙의 행위나 상징은 우리의 의식주 생활 안 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식생활의 경우 새해에는 반드시 떡국을 먹어야만 복을 받는다고 믿었다. 또 다른 기복의 행위로서 우주 만물을 주역의 이치에 따라 60개 의 순서로 배열한 간지(干支)는 결혼, 장례, 이사 등 특 정일의 날을 잡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특히 사 람의 사주(四柱)는 혼인의 택일, 남녀의 궁합을 정하거 나 흉일을 피하는 비방으로 이용되는 등 인간의 길 · 흉 사를 결정하는 각종 재난을 미리 예언하여 이를 피하고 자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현재 불교, 그리스도교(가톨릭, 프로테스탄트) 등 대표적 종교들은 모두가 그 신자들의 2/3 이상이 여성 특히 기 혼 부인들로 구성된 것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즉, 가신 신앙 전통의 지속적 영향을 특히 강하게 받아 온 이들 부 인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성격을 띠는 가족주의적 신 앙 형태를 강하게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현 제도 종교 들의 신자들 중 주류(主流)를 차지하면서 동시에 기복 신앙의 열성적인 추종자들인 이들 부인층들의 존재는 한 국 사회에서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제도 종교들의 현세 '기복적' 성격을 밝힐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별로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한 기 복 신앙은 앞으로 깊이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와 기복 신앙〕 셈족 언어의 어근 브록(brk) 은 '축복을 내리다' (bless)를 뜻하며, 이것은 고대 근동 (近東)의 모든 민족에서 공동의 재산이었다. 카라부 (karabu)라는 아시리아의 말은 종종 여러 신들에 의해서 발표된 축복을 지칭하는 데 쓰여졌다. 그러나 축복의 중 요성에 관한 가장 풍부한 증거는 고대 이스라엘로부터 나온다. 즉, 히브리 성서인 구약 속에서 브룩(ברך)과 축복을 뜻하는 명사 베라카(ברכה)가 무려 398회나 나온다. 여기서 과거 분사 바룩(ברוך)은 베라카(ברכה)를 소유하는 조건을 말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구원의 진 리를 소유하고 또한 이를 베풀어 주기 때문에 그가 곧 '바루크' 이다. '브륵' 이 복수형으로 쓰일 경우 이것은 하느님, 천사, 그리고 사람들이 전달할 수도 있는 축복의 행위를 가리키는 데 쓰인다. 하느님의 축복의 가치에 대 한 믿음이 곳곳에 펼쳐진 구약에서 평화는 하느님의 선 물이란 점(2열왕 4, 29)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하느님만이 모든 축복의 근원이며 절대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축복 사상의 배경에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신의 축복' (ברכה)을 대행하는 전문 성직자가 제도화되 었다. 이들 성직자들은 회중(會衆)에 대해서 필요시에 그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복하는 안수(按手)를 하 며, 아울러 예배 의식의 마지막에는 축복 기도(축도)를 하고 회중은 이에 대해 아멘으로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교의 경우는 전문 성직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신의 축복은 인간 중재자를 찾지 못한다. 따라서 이슬람 교에서 모든 축복은 오직 알라 신으로부터만 나온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예수가 사람들과 사물들에 대하 여 행한 수많은 축복 행위를 언급하고 있다. 신약성서에 기록된 대로 예수는 어린이를 안고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복하였고(마르 10, 16), 5천 명을 먹인 기적을 일으키 기 전에 빵 다섯 개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마태 14, 19). 그리고 예수는 승천 직전에 그의 제자들을 두 손을 들어 축복하였다(루가 24, 50). 마 태오 복음 14장 19절에 나와 있는 축복의 의식에 대한 기술은 예수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는 사실을 강조하 고 있는데, 이것은 예수 축복의 특징적 동작으로서 하느 님의 초월성을 가리키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축복에 관한 예수의 말씀과 동작은 이후 다양한 그 리스도교 공동체들 속으로 전해졌다. 머리 위에 손을 얹 고 축복하는 안수 행위라든지 성직자의 축도와 같은 축 복의 의식은 그리스도교인의 모임 속에서 관습적인 것이 되었다. 교회사의 각종 기록을 따라 볼 때, 서기 2세기에 그리스도교의 축복에 있어 통상적인 동작은 손을 머리 위에 놓는 것 즉 안수였고, 3세기 중에는 이런 동작은 점 차 '성호를 긋는 법' 으로 대체되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성서적 관점에서 구약의 복은 주 로 물질적인 것인데 비해, 신약의 복은 영적이다. 구약은 주로 번영과 행복을 초래하는 하느님의 은총을 의미하 고, 신약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과 그에 따른 축복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성서의 복은 '영적인 것' 으로서, 물질의 풍요가 하느님의 저주일 수 있고 가난이 축복일 수 있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참된 복이란 하느님을 알고 그와 친밀해지는 것이기 때문이 다. 이런 맥락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사 회가 급속도의 자본주의적 경제 성장을 이룬 1970년대 이래 최근의 한국 그리스도교가 보여 주고 있는 잘못된 현상으로서 이른바 '축복과 은혜의 물질화' 경향이다. 이와 같이 현재 그리스도교인들이 외적이고 물질적인 복 을 많이 추구하는 경향은 전통적으로 한국 교인들 마음 속에 흐르고 있는 기복 종교로서의 무당성(巫堂性)과 합 치되어 현재 그리스도계 안팎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기복 신앙과 관련하여 '한국 교 회와 복' 에 대한 신학적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 ※ 참고문헌  윤이흠, 《현대인의 삶과 종교》, 고려 한림, 1994/ 李 萬烈, 《韓國 基督敎와 歷史意識》, 지식산업사, 1981/ 조흥윤, 《巫와 민족 문화》, 민족문화사, 1990/ 《기독교 사전》 《브리태니커 세계 대 백과 사전》 10/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 9, 한국 정신 문화 연 구원, 1989/ M. Eliade, The Sacred and the Profane, The Nature ofReligion, trans. by Willard Trask, New York : Harcourt, Brace & World, 1959/ J. Ries, 《ER》2, 1987, pp. 247~253. 〔金成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