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쉬 서사시

敘事詩

[영]The Epic of Gilgam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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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목졸라 죽이는 길가메쉬 ( 루브르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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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목졸라 죽이는 길가메쉬 ( 루브르 박물관 소장)


메소포타미아 우룩(현재의 와르카, 성서에서는 에렉)의 재 건 왕 길가메쉬를 주인공으로 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서사시. 19세기 고고학자들이 중동 지방의 묻혀진 도시 들을 발굴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다시 알려진 <길가메 쉬 서사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보다 적어도 1,500 년쯤 앞선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인류 최고의 서사시에 서는 영원을 추구하여 일반적인 인간의 운명 곧 죽음에 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좌절하고 마는 비극적 영웅상 이 그려지고 있다. <길가메쉬 서사시>는 기원전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쓰여졌으며, 아시리아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던 골동품 수집가 아슈르바니팔(Ashurbanipal)의 도서관에서 기원전 7세기경 마지막 교정을 거쳐 완전한 형태로 편집되었다. 그 뒤 이 서사시는 곧 땅속에 묻혔고 영웅들의 이름 또한 잊혀졌다가 2,500년의 세월이 흐른 19세기에 다시 햇빛 을 보게 되었다. 이 발견은 1839년 오스튼 헨리 레이야 드(A.H.Layard)라는 영국 젊은이가 친구 한 사람과 함께 메소포타미아에서 약간의 비명(碑銘)을 얻고자 옛 아시 리아 구릉들을 파 보다가 니느웨와 니므롯의 유적을 발 굴하면서 시작되었다. 뜻밖에 쐐기 모양의 글자가 새겨 진 토판 조각들이 쏟아져 나왔고 2만 5천 개나 되는 토 판 조각은 영국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해석 작업은 당시 바그다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헨리 롤린슨(H. Rawlinson)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영국 박물관은 롤린 슨의 후계자인 조지 스미드(G. Smith)에게 니느웨 발굴을 계속하도록 후원했고, 스미드는 니느웨에서 '홍수 설화' 부분을 발견했다. 1876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굶주림과 병으로 죽기 직전, 스미드는 마침내 아시리아 산문시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구성할 수 있었다. 한편, 1888년부터 니파르, 니푸르, 남부 이라크의 구 릉에서 존 퍼넷 피터즈(J.P. Peters)의 인솔 아래 진행된 펜실바니아 대학 고고학 팀의 발굴로 <길가메쉬 서사시> 는 더욱 완전한 꼴을 갖추게 되었다. 피터즈 일행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3~4만 개쯤 되는 토판들을 발 굴하여 필라델피아와 이스탄불 박물관으로 옮겼는데 그 중에서 수메르어로 쓰여진 <길가메쉬 서사시>의 원본이 발견되었다. 학자들은 영국 박물관에 있는 우르의 토판 들과, 이스탄불 박물관과 미국 등지에 흩어져 보관되어 있는 남부 이라크의 토판들을 비교 · 연구하여 좀더 완벽 한 <길가메쉬 서사시>의 내용을 복원하여 왔다. 런던 대학 고고학 교수 샌다아즈(N.K. Sandars)는 <길 가메쉬 서사시>가 영웅들의 비극적인 종말로 끝나는 이 유를 이렇게 짐작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에 널리 퍼져 있던 이런 비관적인 생각은 부분적으로 빈번한 가뭄과 홍수, 외세의 침공 등 예측치 못하는 돌발적인 사건에 기 인하며 또한 이러한 상황을 좌우하는 신들의 변덕스런 성격으로 불안한 도시 국가 생활을 하는 데서 원인을 찾 을 수 있다." '서사시' 본문에서 길가메쉬는 반신 반인(半神半人) 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그가 기원전 3000년대 초반 우룩을 잠시 통치했던 실존 인물과 유관하다는 사 실은 거의 확실하다. 아마도 그는 북쪽의 숲에서 재목을 베어 수송하는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것으로 거대 한 성벽과 성전을 쌓은 위대한 건축가였을 것이다. 〔내 용〕 엔키두와 길가메쉬의 만남 : 태양신 사마쉬로 부터 아름다움을, 폭풍신 아닷으로부터 용기를, 그 외 많 은 신들로부터 들소처럼 강한 힘을 받아 완전한 육체를 지니고 태어난 길가메쉬는 천하 무적으로 세계의 이곳저 곳을 돌아다니다가 우룩에 온다. 그러나 우룩 백성들은 길가메쉬가, 아들을 아버지로부터 데리고 가고 처녀를 애인한테서 빼앗아 간다고 불평한다. 하늘의 신들이 백 성의 호소를 듣고 창조신 아루루에게, 길가메쉬의 짝이 될 만한 사람을 만들어 "폭풍 같은 가슴엔 폭풍 같은 가 슴으로 맞서게" 함으로써 둘이 서로 만족하여 우룩을 조 용하게 두도록 하라고 부탁한다. 그리하여 "문명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인 간 엔키두가 태어난다. 그는 산양 떼와 더불어 언덕에서 풀을 뜯어먹고 짐승들과 함께 사는데, 사냥꾼의 덫을 부 수어 잡혔던 짐승들을 모두 살려 준다. 엔키두를 물리칠 힘이 없는 사냥꾼은 마침내 길가메쉬에게 호소하고, 길 가메쉬는 쾌락의 창녀를 데리고 가서 엔키두를 유혹하라 고 일러 준다. 엔키두는 사냥꾼이 데리고 온 창녀와 여섯 낮 일곱 밤을 함께 누워 있다가 싫증이 나서 다시 짐승들 곁으로 돌아가지만 그의 몸은 끈으로 묶인 듯 움직이지 않았고 날래지도 않았다. 엔키두의 가슴속에 인간의 지 혜와 생각이 자리잡게 된 것을 알고 짐승들은 모두 도망 가고 엔키두는 야위어 간다. 그때 창녀는 그를 길가메쉬 가 백성을 다스리는 곳, 이쉬타르와 아누의 신전으로 가 자고 유혹한다. 엔키두는 창녀를 따라 목자들이 사는 목 장으로 가서 빵과 술을 먹게 되고 몸에 난 털을 밀어 버 리고 기름을 발라 드디어 문명을 아는 한 남자가 된다. 그가 사자를 잡아 주어 목자들은 편히 쉴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메쉬가 결혼식장을 습격하여 신부를 빼앗았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도전하여 "옛 질서를 바꾸 고자" 드디어 우룩으로 간다. 사랑의 여신을 위한 신방 문 앞에서 둘은 황소처럼 씨름을 시작하여 함께 쓰러지 고, 쓰러지면서 난폭한 성질이 사라진 엔키두는 길가메 쉬에게 말한다. "당신이 가장 강하다." 둘은 부둥켜안았 고 바야흐로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숲속의 여행 : 길가메쉬가 엔키두와 함께 향나무 숲의 거인 훔바바를 쓰러뜨리고 그곳 향나무를 베어낸다. 그 것은 안일함으로 말미암아 나약해진 엔키두를 다시 강하 게 하려는 동기에서 나온 것이면서 또한 악의 화신이기 도 한 훔바바를 이겨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는 방법을 얻 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난관을 무릅쓰고 태양신 사 마쉬의 도움을 받아 훔바바를 죽인다. 엔키두의 죽음 : 하늘에 있는 신들인 아누와 안툼의 딸 이쉬타르가 길가메쉬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다. 이 유는, 이쉬타르를 사랑했다가 파멸한 전 남편들의 운명 을 길가메쉬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쉬타르는 화가 나서 하늘 황소를 데려다가 우룩을 공격하지만 엔키두와 길가메쉬가 하늘 황소를 죽인다. 이에 이쉬타르는 엔키 두를 저주하고, 하늘 신들은 길가메쉬와 엔키두가 훔바 바와 하늘 황소를 죽인 데 대한 벌로 둘 가운데 하나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열이틀 동안 고통스런 침대에 누워 있던 엔키두가 숨지자 길가메쉬는 엔키두를 위한 만가를 부르고 이렛낮 이렛밤을 울다가 성대한 장례를 치른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 엔키두의 죽음을 보고 자기도 죽게 될 것을 안 길가메쉬는 상심하여 들판을 헤매다가, 홍수 뒤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우트나피쉬팀을 만나러 '머나먼 곳 으로 여행한다. 천신 만고 끝에 만난 우트나 피쉬팀은 '영원한 생명' 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 라고 한다. 길가메쉬가,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나와 똑같 은 모습을 한 인간이면서 신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영원 한 생명을 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우트나피쉬팀은 다음과 같은 신비를, 곧 신들의 비밀을 밝혀 준다. 홍수 이야기 : 우트나피쉬팀이 길가메쉬에게 들려준 이야기. 인간들의 반역을 참다 못해 신들이 홍수로 인간 을 죽여 버리자는 회의를 한다. 엔릴이 그 일을 맡았는데 에아가 이 사실을 우트나피쉬팀에게 일러 준다. "너의 갈대집을 부수어 배를 만들어라." 우트나피쉬팀은 배를 만들어 홍수에서 살아남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을 신들은 '강들의 입구' 에서 아내와 함께 영원히 살도록 한다. 귀향 : 길가메쉬는 여섯 날 일곱 밤을 잠 자지 말고 새 우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신들을 모이게 할 수 있다는 우트나피쉬팀의 말을 듣고 그대로 하려고 했으 나, 결국 이레 동안 잠을 잔다.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길 가메쉬에게 우트나피쉬팀은 '젊어지는 꽃 을 선물로 주 지만 돌아오는 길에 웅덩이에서 목욕하다가 그곳에 사는 뱀에게 꽃을 도둑맞는다. 아무 성과도 없이 여행은 끝나 고 길가메쉬는 지친 몸으로 우룩에 돌아와 이 모든 이야 기를 돌에 새긴다. 길가메쉬의 죽음 : 길가메쉬의 죽음을 엔릴이 예고한 다. 그의 업적을 기리는 짧은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마 침내 가장 위대한 영웅 길가메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다. "명(命)이 다 되었다. 낚시에 걸린 고기처럼, 덫에 걸린 양처럼 침대에 누워, 손도 발도 없이 고기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그에게 몰인정한 운명의 신 남타르가 무겁게 내려 덮쳤다." 닌순의 아들, 우룩의 보배, 길가메쉬의 영웅적 운명은 이렇게 끝난다. 〔성서학적 의의 및 가치〕 이 서사시는 여러 시대에 걸 쳐 내려온 수메르의 여러 전설들을 길가메쉬라는 전설적 영웅의 이야기로 통일한 것이다. 삶과 죽음, 인간과 신의 관계, 투쟁, 우정, 욕망, 모험 등 문학의 중심 주제가 모 두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그중 홍수 이야기는 창세기 홍 수 설화와 너무 유사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 러나 두 설화의 재료적 유사성으로 인해 성서적 전승이 길가메쉬 전승에 직접 의존하고 있다는 종래의 주장은 이제는 일반적으로 부인되고 있다. 폰 라트(G. Von Rad) 는 창세기와 길가메쉬의 홍수 설화는 수메리아인에게서 유래하였을, 보다 고대의 한 전승을 각기 독자적으로 발 전시킨 것들이라고 설명한다. 두 설화 사이의 큰 차이점 은 신관이라 하겠다. 길가메쉬의 홍수 설화는 딜만(A. Dillmann)의 말대로 "가장 어리석어 보이는 다신론 사상 에 흠백 젖어 있다." 신들은 윤리적 동기에 의해서가 아 니라 자신들의 변덕에 의해 홍수를 일으키고, 자신들이 일으킨 홍수에 두려워하며 도망친다. 또한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엔릴(Enril)만 제외하고는 후회를 한다. 반면 창세기에서 홍수는 인간의 타락에 대한 윤리적 판단에 의해 전능한 유일신이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비록 다른 홍수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였지만, 홍수를 일으킨 것 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창세기와 길가메쉬 설화가 역 사적으로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대 인들의 세계관을 알게 해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이 다. (→ 노아 홍수) ※ 참고문헌  N. K. Sandars, 이현주 역, 《길가메쉬 서사시》, 범우 사, 1978/ A. Heidel, The Gilgamesh Epic and Old Testament Parallels, Chicago : Chicago Univ. press, 1946. 〔李賢周〕